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이제 구독서비스는 기존의 케이블TV와 같은 고전적 사업을 포함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영상물, 외식산업, 가전제품, 생활용품, 자동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불문하고 다수 업체의 구독서비스 출시로 인해 올해 세계 구독 시장 규모는 약 630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이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 이재범(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교수)
구매가 아닌 구독서비스

‘냉장고를 공짜로 드립니다’는 책의 제목이다. 굉장히 낯설고 혹시 낚시를 위한 파격적 제목으로 주목을 이끌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의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는 사물과 인터넷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다. 이른바 IoT(internet of things)는 제품을 공짜로 제공해줄 수도 있으며, 사용량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구독형(subscription)서비스를 살펴보자. 버거킹은 매월 4,700원을 내면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킹치킨 버거 쿠폰’ 4개를 제공한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최고의 가성비다. 미국의 면도기 ‘달러 쉐이브 클럽’은 면도기 구독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이자카야 ‘킨노쿠라’는 2019년 3월, 약 60종류의 술을 2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무제한 정기권 패스를 출시했다.
국내 차량공유 1위 업체인 ‘쏘카’는 2018년 한정판으로 쏘카 패스를 선보인 후 카셰어링 구독자 수가 8월 21일 기준으로 27만 명을 돌파했다. 월 4,900원~7만 7,000원의 구독료로 차량 대여료의 최대 50% 할인, 신차종 승차권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이러한 구독서비스에 힘입어 쏘카는 서비스 개시 9년 만인 올해 6월 기준 누적 회원 수 600만 명을 확보했다. 이에 롯데렌터카의 ‘그린카’, 현대캐피탈 카셰어링 플랫폼 ‘딜카’도 후발 주자로서 회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구독서비스는 기존의 케이블TV와 같은 고전적 사업을 포함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영상물, 외식산업, 가전제품, 생활용품, 자동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산업용 관리서비스 VS 개인용 관리서비스

구독서비스 수익모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원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특정 기술을 언급하는 용어가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고, 물리적 세계가 가상 세계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했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가상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의 통합기술로 형성돼 5G와 IoT 인프라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통한 지능형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풍력 발전소의 바람 에너지 생산량을 위치에 따라 예측하는 디지털 풍력 발전 지역(digital wind farm)이라는 기술을 소개해서 에너지 생산성을 2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도시 전체를 정밀지도(HD맵)화 하여 현실의 도로 정보를 가상세계로 상세하게 옮겨놓는 ‘버추얼 싱가포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을 과제로 삼고 있으며 벤츠, BMW,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나아바(Naava)는 스마트 화분인 스마트 그린 월(smart green wall)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벽에 화분을 설치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공기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특장점까지 갖췄다. 산업용 관리서비스 구현은 향후 특정 산업이 아닌 전 산업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용 관리서비스와 개인용 관리서비스는 모두 물건을 소유하거나 구매하기 보다는 경험과 과정을 데이터화하는 관리 서비스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기업들은 인구의 정체와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기존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형성이 중요해졌다.
신규 고객의 확보를 위해 신뢰를 주축으로 한 서비스가 기업의 중요한 컨셉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이후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