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장 기고 칼럼

혁신조달 새 판짜기 ‘차세대 나라장터’
서울경제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A34면 오피니언
서울경제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A34면 오피니언

정무경 조달청장

올해 초 ‘디지털 전환시대에 대비한 혁신조달 발전방향’ 간담회에서 어느 중소기업인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중소기업은 입찰서류를 들고 정부기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일이 많은데 나라장터가 개통돼 한순간에 큰 보따리 대신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게 됐다. 나에게는 나라장터가 ‘작지만 큰 변화와 혁신’이었다”고 말했다.

역대급 인기를 누렸던 영화 ‘친구’나 TV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입찰이나 계약과정 등이 소재가 될 정도로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조달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2년 나라장터의 개통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이며 70년 조달행정의 역사에서 혁신의 큰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정무경 조달청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업‧벤처기업인과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계속하고 있다. “신기술 제품이라서 조달시장 진입에 오래 걸린다”거나 “공공기관이 신제품을 구매해주지 않는다”는 현장의 생생하고 절실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공공조달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까지 공공조달은 ‘계약 체결’이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검증된 제품 위주의 구매, 과거 조달 실적 등이 중시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혁신제품에 대한 공공조달 문턱을 낮추고 공공 부문이 이들의 ‘첫 번째 구매자’가 돼 초기 시장을 창출해 줄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조달 입찰-계약-대금지급 등 대부분의 업무가 온라인으로 처리되게 되자 간담회의 그 중소기업인이 느꼈던 것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유엔에서 나라장터가 ‘전자조달 모범사례(best practice)’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전자정부 선도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들어 나라장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발휘했다. 2월 말 마스크 수급 대란이 발생하자 ‘마스크 공급과 유통 해결사’로 조달청이 긴급 투입됐다. 야구로 치면 9회 말 투아웃 만루 위기에 등장한 구원투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2~3일의 짧은 시간 동안 약 130개 마스크 제조사와 가격 및 생산량을 협상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일괄계약을 체결했다. 나라장터 시스템으로 마스크 생산과 유통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산-유통-판매를 연결하는 체계적인 전달시스템을 활용해 이른 시간 안에 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나라장터’를 통한 중앙조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라장터는 개통 후 현재까지 약 5만 7,000 수요기관과 약 43만 조달기업이 사용하고 있고 연간 거래규모도 약 103조원에 달하는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20년째에 접어들면서 장애 증가와 속도 저하 등 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달청은 오는 2023년을 목표로 노후화된 나라장터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반영한 ‘차세대 나라장터’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혁신제품들이 걸림돌 없이 거래되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차세대 나라장터로 ‘혁신조달 새 판짜기’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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