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실패’에서 찾아낸 성공비결

“㈜현성테크노는 1999년에 창업한 자동차 금형 전문 중소기업이다. 창립연도 매출액은 약 10억 원에서 2017년 약 224억 원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실적만 보면 어려움이 없었던 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성테크노 역시 해외시장 진출 실패 등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고, 실패 속에서 성공을 찾아낸 이 기업의 생존전략을 살펴봤다.”

글. 신형덕(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잠재적 위기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했는가?

현성테크노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은 기업이 직면할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는 힘이 됐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 사업은 위기의 연속이다.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성테크노가 장래에 직면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했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국내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다수 존재한다.
현성테크노의 설립자인 김창수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그만뒀다. 그리고 2년 뒤인 1999년에 창업했다. 기아자동차의 15인승 대형 밴의 금형을 수주하여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아자동차 1차 협력사들로부터 금형 주문을 받게 되는 등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수년 뒤 국내 자동차 금형 시장은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에 국내 자동차 금형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자동차 금형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은 경쟁기업의 증가로 인해 공급이 넘쳐난다. 살아남기 위한 제 살 깎기 경쟁이 심화됐다. 그 중심에서 기업들은 경쟁자를 물리치면서 생존을 꾀하거나 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성테크노가 선택했던 길은 후자였다. ‘외국 시장 개척’을 통한 매출 증대를 추진한 것. 과감한 승부수였다. 그리고 이는 2002년 멕시코 시장에서 1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쾌거로 이어졌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 없이 수출대행업자를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이후 현성테크노의 외국 진출 전략은 현지 공장 설립에 집중된다.
때마침 2002년 현대자동차가 중국 공장을 설립했다. 원활한 부품 조달을 위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국내 주요 부품제조업체들도 중국 시장에 동반 진출했다. 이는 곧 현지 조달업체의 2차 벤더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하지만 그 만큼 리스크가 컸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일은 수출대행업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독자적인 활동을 추진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는 높은 불확실성이 뒤따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성테크노는 현지 회사와의 합작법인을 모색했다. 그리고 2004년 중국 현지 회사인 청룡그룹과 50대 50 지분비율의 합작법인인 천룡현성유한회사를 설립하여 자동차 금형 공장을 설립했다. 직접적인 외국 진출의 첫 시도였다.
신속한 실패는 무엇을 남겼나?

현성테크노의 합작법인을 통한 외국 시장 진출은 불과 3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청룡그룹은 자동차 산업에서 철수했고 합작투자는 종료됐다. 말 그대로 ‘신속한 실패’였다.
현성테크노는 이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던 것일까? 현성테크노는 놀랍게도 현지 회사와의 합작법인 실패 이듬해인 2009년 독자적인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그 사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감소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들의 급격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즉, 현성테크노의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은 그야말로 ‘매우 위험한 투자’로 보였다.
현성테크노는 직접 투자를 통해 중국 산동성에 설립한 산동현성에 본사 파견 지사장을 보냈다. 지사장을 포함한 4명의 한국인 직원과 중국인 부지사장의 구성비는 통제 권한을 독자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영업 및 생산 등 관리기능 현지화로 이어졌다. 이것은 천룡현성유한회사의 운영으로부터 배운 노하우에 기반한 결정이었으며, 지난 3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지 정보 덕분이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수많은 정보들의 재활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성공으로 귀결됐다. 산동현성은 설립 첫 해에 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2016년까지 55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의 사업을 통해 중국의 북경현대와 인도의 타타 등 30여개 글로벌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시장을 확대했다. 현성테크노의 외국 매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이 시기,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시장 여건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현성테크노의 성공 비결은 ‘신속한 실패를 통한 선제적 위기대응’에 있다. 합작법인을 통한 중국 진출은 실패는 오히려 단독법인을 통한 해외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바로 ‘신속한 실패의 가치’인 셈이다.
이와 같은 실패를 무릅쓰는 원동력은 설립자의 도전정신에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설립된 현성테크노. 어쩌면 이 기업은 창업 때부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도전하는 기업, 그 속에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담겨 있다.

- 참조 자료: 최인혁, 김도현(2019). 중소제조기업의 창업과 성장의 비즈니스 모델 연구: 현성테크노, 벤처창업연구, 14(6), 10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