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세계경제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이 세계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사람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곧 ‘국제적 거리두기’로 이어졌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왕래는 급격히 줄었고 세계경제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

글. 이재범(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교수)
국가적 거리두기 속 세계경제 ‘직격탄’… 2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력한 강제 조치로서 전시(戰時)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이동 제한이나 사업장 영업 중단을 넘어 국경 폐쇄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러한 ‘국가 간 단절’은 세계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주요국 경기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신흥국들의 성장세 역시 둔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미국‧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상반기 중 경제지표가 큰 폭으로 둔화되고 마이너스 성장까지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해외 경제 포커스 보고서’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환산이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폐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Empire State Manufacturing Index)는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의 3월 셋째 주 기준 실업수당 신청 건은 3월 둘째 주(28만 건) 대비 10배 이상 불어난 328만 건에 달했다. 3월 중 제조업에 대한 생산 및 소비 심리지표는 하락했으며 향후 전망치를 선방영하는 주식시장은 요동치고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있다.
사실상 셧다운을 선언한 유럽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유로연합 결성 이후에 최초로 국경폐쇄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실물경제가 현저하게 위축됐다. 소비자신뢰지수(CCI)와 전 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2월 51.6에서 31.4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 활황을, 낮으면 경기 불황을 의미한다.
중국의 제조업 기업심리지수(PMI) 또한 35.7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전파되었던 2월까지의 생산‧소비‧투자지표는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3월 현재까지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국경을 굳게 닫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연기한 일본의 경우, 경제지표는 –1.3~2.1%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된다. NHK에 따르면 올림픽 연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7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피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수출은 줄고 소비는 둔화되며 생산은 동력을 잃고 있다. 최근 일부 국가들의 수출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태는 올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 각국의 상반기 경제 관련 지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경제의 직격탄인 국가적 거리두기로 바뀌어버린 셈이다.
국내 중소기업 경지전망지수 ‘최저’… 해법은?

코로나19의 확산과 세계경제의 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 대비 18.5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생활 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취업기회 전망, 임금수준 전망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해 제조업 1,373곳 등 중소기업 2,945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조사’에서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년도 대비 1.9p 하락한 81.3으로 나타났다. 2020년 경기가 소폭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까지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위기의식에 의한 ‘소비심리 위축’이다. 민간소비 흐름이 막히게 되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기업의 생산과 설비투자가 위축된다. 이는 고용악화와 임금축소 등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내수부진이 이이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CEO는 ‘현상유지’가 경영의 방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에서 소비 촉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꺼내든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카드는 내수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2분기에는 지금보다 나은 시장상황이 기대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준비해야할 것은 코로나19 진정 이후의 높아진 기대심리에 부응하는 전략이다. 옛말에 암중모색(暗中摸索)이란 말이 있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당장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우리 중소기업 중 46.1%는 2019년 경영환경에 대한 사자성어로 ‘고생을 무릅쓰고 부지런히 노력함’을 뜻하는 ‘각고면려(刻苦勉勵)’를 선택했다. 내수침체,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해로 자평한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다가올 기회를 포착하고,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위기 앞에 성장하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의 기준선이 될 것은 실로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