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자원공유를 통한
‘경쟁력 창출’에 주목하라!

기업에 필요한 경영자원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없다. 특히 중소기업에 있어 자원결핍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경영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경영자원이 워낙 적고 편중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기업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법무‧노무‧해외업무‧연구개발 이외에도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여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구매‧마케팅‧생산 기능에 있어서도 충분한 경영자원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무리 훌륭한 기회를 발견한다 할지라도 내부 역량 부족으로 인해 아까운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글. 신형덕(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협력을 통한 경쟁력 증진의 모델

중소기업은 부족한 경영자원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보유한 자원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용하거나, 정부 또는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또는 다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경영자원을 조달 또는 확보할 수 있다. 각각의 방법과 관련된 개념으로서 순서대로 ‘브리콜라주’, ‘상생 협력’ 그리고 ‘전략적 제휴’를 들 수 있다. 특히 세 번째의 개념인 전략적 제휴는 기업의 크기를 막론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1990년대 이후 전략경영 이론과 실무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협력 기업의 역량과 유휴자원을 활용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증진한다는 매력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심지어 경쟁기업들 사이에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TV 제조산업에서 1990년대에 이루어졌던 삼성과 소니의 제휴는 고전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장밋빛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제휴를 통한 속임수의 사례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제휴를 내걸고 제휴 파트너의 핵심 기술을 훔쳐 가는 기업도 있고, 공동 마케팅을 내걸고 제휴 파트너의 브랜드를 망가뜨리는 기업도 있다. 사실 이러한 불공정한 결과는 전략적 제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성격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전략적 제휴의 속성 중에 학습 경쟁(learning race)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이 개념은 전략적 제휴의 과정에서 제휴 기업들은 제휴 파트너의 강점을 상대보다 먼저 학습하는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즉, 학습을 먼저 끝낸 기업은 전략적 제휴를 중단하여 제휴 파트너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기적인, 그러나 현실적인 개념을 담고 있다. 대기업 간에도 이러한 전략적 제휴의 득실이 존재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제휴 파트너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곧바로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고 협력을 통한 이득을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성공적 협력의 적절한 사례를 발견하여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협업전문회사를 통한 경쟁력 창출

A사는 중소기업의 유휴자원 공유개발을 표방하는 협업전문회사이다. 2017년 9월에 산업포장재 제조사, 기술개발회사, 마케팅, 무역업 전문회사 등 중소기업 26개사가 10억 원을 출자하여 이 기업이 설립되었고, 2019년 6월에는 19개사가 합류하여 20억 원 자본금, 45개 주주 협업사의 기업이 되었다. 매출액은 2016년 2억 원으로 시작하여 2019년 3분기에 122억 원을 넘어섰다.
이 기업은 공동구매, 인적자원 공유, 마케팅역량 공유, 기타 플랫폼 공유를 통해 개별 기업이 가진 역량의 한계를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역량의 공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주 협업사의 인력이 A사로 이직하여 협업사업을 총괄하게 하는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의 탄생 과정에서 제휴 중소기업 사이에 신뢰의 문제는 없었을까? A사의 설립 배경을 살펴보면 설립 주축이었던 B사 K대표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제품 포장용 상자 제작 사업에서 중소기업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음을 발견했다. 이에 다른 두 경쟁기업들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본인의 사업을 포장재 유통업으로 전환하는 대신 이 새로운 사업의 투자자로 참여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2007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2016년에 매출액 5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K대표는 2016년도에 본격적인 중소기업 협업전문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는 협업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 그리고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증언한다.
경영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자원의 공유를 위해 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실패를 목격해 왔다. 협력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A사가 중소기업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 참조 자료: 김형한, 조동혁, 김도규(2019). 중소기업 간 유휴자원 공유개발 적용사례 연구, 글로벌경영학회지, 16(6), 193-205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