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제조업의 패러다임,
산업재 VS 소비재

전통적으로 제품이나 재화는 소비재와 산업재로 분리가 된다. 산업재(B2B), 소비재(B2C)라고 불리며 특성 차이를 기반으로 해당 시장이 세분화된다. 소비재와 산업재 시장의 변동 특성은 시장구조, 경기, 금융정세, 환율, 생산구조, 기술혁신 등에 따른 수요변동요인, 구매형태, 고객과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의 요인에 따라 변화된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다. 제품과 서비스의 중간재, 프로비스(Provice)의 등장 및 가속화가 그것이다.

글. 이재범(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교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영역 변화와 기술 변화

최근 소부장의 국산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되면서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2019년 12월에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2022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재의 국산화와 리쇼어링이 시발점이 됐지만, 지금은 코로나 19의 습격으로 인해 K-방역으로 지칭하는 바이오 분야를 포함해 국산화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 7월 소부장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부장 스타트업 100’을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기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다. 정부는 올해 20개사 선정을 필두로 5년간 100개의 소부장 스타트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분야별로는 스마트엔지니어링,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바이오‧화장품,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소부장 산업의 특징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영역이며 신뢰성 산업재라는 것이다.
산업재와 소비재는 구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명확하게 구분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사용 차별화가 이를 가르는 구분선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가 구매 후 곧바로 사용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소비재가 되지만, 반면에 다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 이는 산업재, 혹은 산업 용품으로 지칭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재의 쉼 없는 진화, 그리고 ‘프로비스’

소비재는 가정용, 개인용으로 구입한 제품을 말한다. 내구성이 약해 구입이 잦을 수밖에 없는 편의용품과 소비자가 고액을 들여 쇼핑을 하는 전문용품, 특정 브랜드 구입을 위한 특수제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재 중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특수소비재가 있다. 내구성을 지니고 있고, 소비자가 상당 시간 고려해서 구매하는 높은 가치의 물건을 말하는데 TV, 냉장고, 컴퓨터와 같은 쇼핑 용품이 대표적이다.
디지털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최근의 서적 『냉장고를 공짜로 드립니다』에서는 제품 판매만으로 한계에 달한 IT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한계에 이를 것이며, 냉장고라는 디바이스를 서비스화 시켜서 빌려주고 구독(사용)을 통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부가적인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재와 산업재가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중간재, 프로비스(Provice: Product+Service)는 제품을 서비스화 시키는 것이다. 세계적 스파 브랜드의 자라는 1,200개 매장을 줄이고 목 좋은 곳의 매장은 피팅샵이나 물건을 받아가는 창고형태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언택트(untact)를 넘어 온택트(ontact)를 지향한다. 피자배달 전문 업체인 도미노피자는 IT 기업을 표방하면서 생산 및 주문, 배달의 혁신을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새로운 자리 매김을 했다.
프로비스에 의한 리쇼어링의 대표적 실패 사례도 있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지난 2017년 독일과 미국에서 스피드팩토리를 가동하면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맞춤형 서비스로 신발을 맞춤 제작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중단을 선언하고 리쇼어링을 포기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 차원에서 나 홀로 생산이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필립 코틀러는 아시아 마켓 4.0의 저서에서 마케팅의 새로운 흐름에서는 과거에는 단순 제조 및 판매에 집중을 했으나, 현재는 고객 욕구 및 환경변화의 이해 및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일관된 글로벌 가치(Consistent global value), 통합된 지역 전략(Coordinated regional strategy), 맞춤형 현지 전술(Customized local tactic)의 ‘3C 공식’을 통해 뉴웨이브 시대의 소비자는 판매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생각해야만 기업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제작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디지털생태계는 성장이 방점이 돼서는 안 된다. 향후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신사업 분야가 주도를 할 것이다. 사라질 것들이 빨리 사라진 것뿐이며,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닌 기존의 것들이 변형되고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제조업의 퇴조와 플랫폼 기업이 상승하고 있는 지금,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야말로 구조적으로 변화가 느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주도를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