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한류(韓流)에 주목하라!

중소기업은 국내시장만을 대상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글로벌화 역시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대학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는 교재를 보면 미국 중소기업들이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기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은 정부 부처는 물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같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 수출대행업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내수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도 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가르친다. 이러한 활동이 미국 중소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의외의 것에 이에 대한 혜안이 담겨 있다.

글. 신형덕(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 기업의 강력한 무기 ‘한류’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최근 가파르게 부상하고 있다. 바로 한류(韓流)다. 한류의 시작은 1990년대 후반 중국에 수출됐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대만에 진출했던 남성그룹 ‘클론’ 등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초창기 인기는 2000년대 들어 ‘H.O.T’의 베이징 공연과 ‘보아’의 일본 가요차트 석권, 그리고 욘사마 열풍을 이끈 ‘배용준’의 인기로 이어졌다. 영화계에서도 ‘쉬리’와 ‘올드보이’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게임 산업에서도 한국산 온라인 게임인 ‘라그나로크’가 글로벌 강자로 등장했다. 그 이후 등장한 많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가수, 이벤트, 영화, 뮤지컬,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문화 수출이 이뤄졌다. 특히 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은 한국 문화예술을 세계의 중심으로 한층 더 가깝게 했다.
이러한 문화‧예술적 요인은 품질과 가격, 편의성에 중점을 두는 경쟁력과 비교하여 매우 독특한 강점을 지닌다. 품질과 가격, 편의성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구매 및 재구매를 유도한다. 사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매우 강력한 경쟁력의 근원인데, 비슷한 품질로 보이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이것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 또한 한 번 구매한 제품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보다는 기존의 제품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이것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다. 중소기업의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이유는 대기업 제품으로부터 중소기업 제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편함에 있다.
그러나 경영학에서 설명하는 또 하나의 구매 유도 요건의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구매자 충성도(loyalty)다. 소비자는 경제적 동기를 떠나서 정서적으로 애착을 갖는 제품을 구매한다. 품질이 낮아도, 또는 가격이 높아도,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소비 활동을 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의 주관적 효용과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구매자 충성도는 경제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현상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류 관련 소비활동은 한국의 글로벌 진출기업에게 바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다.

수출로 이어진 중소기업의 ‘한류 활용 사례’

A기업은 한류를 이용한 글로벌 진출 기업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이 기업은 2006년에 B화장품의 자회사로 시작해 일명 ‘달팽이 크림’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화장품 기업이다. 초기에 외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저조한 상태에서 이 중소기업이 택했던 전략은 한류였다. 한류 스타 광고모델을 통한 이벤트와 현지 방영 드라마에서의 제품 노출(PPL)에 주력했다. 현지에서 제품을 판매할 점포를 구할 수도 없는 상태라면, 현지 소비자의 인기를 기반으로 수입상의 선택을 받거나 아니면 현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16년 이후 이러한 간접수출방식에 대해 면세범위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하자 A기업은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직매장을 운영하거나 대형 소매체인 내에 독립적인 브랜드 코너를 개설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간접수출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인기 그룹 멤버인 광고모델의 얼굴을 제품 포장에 사용했다. 또한 이들의 팬 사인회를 개최하며 중국 소비자들을 서울로 초청했다. 이들로 하여금 드라마 등에서 접한 메이크업을 체험할 기회를 진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문화예술 마케팅을 수행했다.
물론 모든 중소기업이 한류를 이용한 외국시장에서의 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로서 한류는 유용하다. 기존 대기업 제품의 품질과 가격, 편의성에 만족한 소비자의 높은 전환비용이라는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류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가진 한류 충성도는 이 높은 장벽을 넘을 사다리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일은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대기업에게나 중소기업에게나 모두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참조 자료: 김상묵, 김주남, 김보영(2017).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한류 기반 문화마케팅 전략: ㈜잇츠한불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연구, 39(4), 135-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