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멈춰 설 것인가?’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0.1%로 크게 낮췄다. 불안 심리에 따른 경제활동의 위축과 내수 부진, 그리고 수출 시장의 대외여건 악화 등 동반부진이 가중된 탓이다. 핵심은 0.1%의 의미다.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펼쳐 역성장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는 올해 국제원자재의 가격하락, 내수 부진 등의 이유로 공급과 수요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연간 0.4% 상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이재범(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교수)
2020년 하반기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흐름은?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예전보다 한 달 정도 빠르게 2020년 하반기 정부정책에 대해서 발표하고 대응 방향에 대해 공개했다.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크게 두 가지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맞춰져 있고, 두 번째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정책방향이다. 종합해보면 다른 나라보다 빠른 코로나19 방역대응과 동시에 세계경제 선도형 기반인 한국판 뉴딜 구축을 통해 ‘버티기’ 차원을 넘어서서 ‘일어서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 이라는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방역’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본격적 위기대응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D.N.A 생태계 강화와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육성과 SOC 디지털화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뉴딜과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 3개 분야를 핵심으로 한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2025년까지 점차적으로 총 76조 원 수준의 투자 및 5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러한 내용은 단기적 위기 방어용 대책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1%다. 이는 전 세계적 상황으로 볼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전망치에 속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4.9%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주요 국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8.0%, 프랑스 -12.5%, 영국 -10.2%, 캐나다 -8.4%, 독일 -7.8%, 일본 -5.8%, 중국 1%로 전망된다. 물론 IMF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2%에서 -2.1%로 0.9% 더 낮춘 만큼 IMF의 예상 성장률과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방향에 따른 경제성장률과는 큰 폭의 온도차가 존재한다.
주목할 점은 IMF의 한국에 대한 분석 중 긍정적인 내용이다. IMF는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한국이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선방을 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잘 방어를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또 다른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오는 2021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3.0%로 회복된다는 전망이다.

초읽기 돌입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국제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질서는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되곤 한다. 이는 따로따로 볼 수도 있지만, 유기적인 관계로 서로 얽혀 있어서 어느 한 가지만으로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IMF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도 절대적인 것이 아닌 예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예측이 아닌 현재 일어나고 있으며, 가속화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글로벌화 시대에 진행되었던 선진국의 제조업 생산거점이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변화 움직임이다. 현재 오프쇼어링은 다시금 자국으로 되돌아가는 리쇼어링(re-shoring)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요 제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와 함께 탈(脫)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리스크 감소를 위해 U턴행을 선택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이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다. 이는 자유무역의 세계시장의 질서가 새로운 가치 변화에 편승하여 생산 패턴이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과감한 규제개혁과 함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해외로 빠져나간 중요 제조업이 리쇼어링 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제조업 등 국내 중소기업들 역시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가속화의 방향은 온라인 아웃소싱의 확대에 있다. 현대사회의 디지털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있으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전문화된 유능한 인재들도 쉽게 글로벌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언택트(untact) 비즈니스의 확산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고용의 형태마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변화란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에 의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뉴노멀 2.0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