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술기업의 마케팅 전략,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중소기술기업의 주된 고민 중 하나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중소기술기업들이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비자나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우리가 기술 못지않게 마케팅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글. 신형덕(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성공을 위한 첫 단추 ‘수요 탐색’

국내 A중소기업의 주력 제품은 LED 조명이다. 1989년에 창립한 이후, 1998년에는 3차원 스캐너 기술이전업체로, 2000년에는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이어서 2006년과 2007년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차세대 일류 생산기업으로, 그리고 2010년에는 조달청의 우수 조달제품에 선정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기업의 성공비결이 기술력에 있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기업의 성공비결이 과연 기술력에만 있었을까? 이 기업이 성장했던 경로를 살펴보면 성장의 원동력은 기술과 더불어 ‘마케팅 능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업은 마케팅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기부터 수요 탐색에 집중했다. LED 조명을 개발한 이유 역시 전 세계적인 환경보호 추세를 따른 결과였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기존의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할 수 있는 조명기구로서 LED가 부상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난제는 존재했다. LED 제품은 기존 조명기구에 비해 생산원가가 높았다. 판매가격 역시 4~5배가량 비쌌다. 이러한 가격을 감당할 만한 구매자는 비교적 가격에 덜 민감한 구매자일 수밖에 없었다. 목표시장 역시 이를 반영해 설정했다. 주요 시장은 당시 환경보호를 중시했던 일본 시장이었다. 또한 전기료가 비싼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외국 시장에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즉 설립 초기에서부터 국내 시장뿐 아니라, 외국 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에도 가격에 민감한 개별 소비자보다는 전력 소비량 감소에 관심이 많은 관공서와 지방자체단체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시장 설정과 함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도 고심했다. 매출을 위한 경쟁요소 중 하나로 원가 절감에 주목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결국 경쟁자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은 자명했다.
A사는 초기부터 생산기지를 인도나 중국 등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를 선택해 원가를 낮췄다. 또한 초기 연구개발의 중점 사항으로 제품의 수명이나 에너지 절감 등 기능적 측면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활동은 초기부터 중장기적으로도 주된 경쟁자였던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성공적 마케팅을 이끈 ‘4가지 요소’

A사가 무엇보다 제품 광고 전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기관에 납품했다는 사실은 신뢰를 얻을 만큼 좋은 실적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관공서나 지방자치단체와 제휴를 맺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제주시와의 제휴를 통해 갈치 잡이 선박의 조명을 교체하고, 전라북도와 의정부시와의 제휴를 통해 가로등을 교체했다. 이러한 제휴는 자사의 LED 제품을 광고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또한 수익 실현 모델에도 차별화 전략을 담았다. 대기업과 거래할 때 비싼 제품 가격을 일시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설치하여 절감되는 에너지 비용을 일정 기간 분할하여 회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비싼 제품 구입가격의 저항을 완화시켰다. 대형마트, 편의점, 지하 주차장 등은 24시간 전략을 소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고객 기업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보장하면서도 초기 부담을 덜어줬다.
결과적으로 이 기업은 중소기술기업이 추구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요약할 때에 종종 사용하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의 개념을 A사의 활동에 적용해봤다.
먼저 제품(Product) 결정에 있어서 초창기에는 디자인 보다는 제품의 수명이나 에너지 절감 등 기능적 측면을 먼저 고려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고 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구입에 장애가 되는 가장 큰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만약 LED 조명이 가지고 있는 강하고 화려한 측면만을 강조했다면 이 기업이 이룬 성공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둘째, 가격(Price) 결정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생산원가를 절감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자 초기부터 외국 생산을 추구했다. 또한 장기적 분할 납부의 수익 실현 모델을 제시했다. 이러한 장기적 관점이 없었다면 강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후발 주자들에게 쉽게 추격당할 수 가능성이 있었다.
셋째, 유통(Place) 결정에 있어서 에너지 절감에 관심이 있는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제품을 소개하고, 국내에서도 관공서 및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민간 기업으로 거래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여 시장 개척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은 기존의 일반조명 제품보다 가격이 매우 높은 경우 추구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었다.
마지막으로 촉진(promotion) 결정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조명을 무료로 LED로 교체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점이 돋보인다. 이러한 실제 사례는 민간 기업으로부터의 신뢰를 얻는 배경이 됐다.
‘아카루스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가지를 잘 하면 다른 것에 소홀히 하여 실패하기 쉽다는 말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술기업은 그 뛰어남으로 인해 다른 분야에 소홀하기 쉽다. 이 경우 뛰어난 기술력은 그 자체가 위기 요인이 된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겸손하게 여러 분야에서 기본을 행하는 것이다.

- 참조 자료: 박철‧남형균(2009). 중소기업의 마케팅 성공 및 애로요인에 관한 사례연구. 중소기업연구, 31(2), 203-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