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재난기본소득,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는 글로벌 셧다운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요 국가들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난긴급생활지원비(이하 재난지원금)는 생계비라는 고유의 효과는 물론, 내수 소비 진작과 민심을 달래는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중소기업 등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글. 이재범(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교수)
내수시장 활성화 ‘견인’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한동안 전례 없는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기업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여행, 레저용품, 가전제품, 패션·뷰티, 자동차 등 비 생필품 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 항공업계는 파산에 직면했다.
이를 방증하듯 내수시장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직장인 모두 지갑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무급휴직, 연차휴가 사용 등에 내몰렸고 실업급여 신청자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취업 포기자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이익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늘고 있다. 경기 부양의 불씨 마련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4‧15 총선 이후, 정부와 지차에서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안은 오는 5월 13일 지급이 유력시된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미 재난지원금 지급을 마친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의 대응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총액은 14조 3천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913조 9,640억 원)의 0.75% 규모다.
서울시의 경우, 긴급생활지원비라는 이름으로 5조 2천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취약계층 약 118만 가구에 5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는 1인당 10만 원을 주기로 했다. 포천시는 경기도 지원금 외에 별도로 시민 1인당 40만 원 지급을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최대 5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도 실직자, 소상공인 30만 명에게 4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북 전주시는 실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 1인당 52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많은 지자체가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속도와 타이밍을 생명으로 하는 직접 현금 지원방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경영난 해소에 도움 예상

재난지원금 지급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상 처음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의 경우, 연 소득 7만 5천 달러(약 9천만 원) 이하의 경우, 국민 1인당 1,200달러(약 150만 원)를 지급하는 경기부양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은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60만 원)를 지급하고, 대만은 피해업종 종사자들에게 404억 대만달러(약 1조 6,700억 원)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했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최고 300싱가포르달러(약 25만 원)를 지원하는 등 세계 여러 국가가 재난 소득 지원을 확정했다.
그렇다면 재난지원금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 결과부터 밝힌다면 재난지원금은 침체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일정 부분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소비 자극이 전체적인 소비회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은 물론, 긴급수혈이 필요한 다수의 중소기업이 경영난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닥쳤을 당시, 일본은 대규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당시 일본은 장기 체류 외국인을 포함해 18세~65세까지 1인당 1만 2,000엔(약 13만 7천 원)을 지급했다. 65세 이상은 8,000엔(약 9만 원)을 추가 지급했다. 총 지급 금액은 약 30조 원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25%~32.8%의 소비 진작 효과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 역시 재난기본소득이 생계부담을 더는 동시에 얼어붙은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 자체가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긴급성 재난 지원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급 수혈’이라는 측면을 벗어나, 국내 중소기업에 활력을 터닝포인트가 되기는 어렵다. 일시적 경기부양책이 아닌, 얼어붙은 경제의 모세혈관을 뚫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GDP의 약 30%에 달하는 1조 유로(약 1,350조)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내‧외국인에게 긴급 지원금을 지급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의 시행 배경을 밝혔다.
재난지원금만으로는 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독일 연방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기업들에 5천 유로(약 660만 원)에서 1만 5천 유로(약 2,0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간접 지원방식 보다 훨씬 강력한 기업 지원정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