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33] 신용장 거래로 이루어진 외자업체와의 국가계약에서
신용장 개설의뢰인의 서류검사 및 하자통지의무 인정 여부

문제된 사례

  • 대한민국은 1990. 11. 22 국방부 군수본부를 통하여 프랑스 회사인 E사로부터 고폭탄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990. 11. 26. 한국외환은행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습니다. 한국외환은행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E사를 수익자로 하는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습니다.
  • 대한민국은 1990. 12. 23. 한국외환은행에 신용장대금의 결제에 사용할 목적으로 대금 상당액 3,617,880불을 예치하였습니다. 한국외환은행은 1992. 12. 16. 통지은행인 파리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따른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1일 선적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미화 약 18만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위 E사 앞으로 지급하도록 지시하면서 대한민국으로부터 예치받은 금원을 인출해 지체상금을 제외한 금액에 관하여 위 파리지점에 신용장대금을 상환하여 주었습니다. 개설의뢰인인 대한민국 국방부 군수본부는 신용장대금이 결제된 후인 1992. 12. 29일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송부받았습니다.
  • 그런데 한국외환은행이 같은 달 16일 파리지점으로부터 팩스로 송부받았던 선적서류에는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이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일치하지 않았고 이행보증서도 특수조건상의 기간이 지난 후 발행되는 등 하자가 있었습니다. 국방부 군수본부는 이러한 불일치를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 그 후 대한민국 국방부 군수본부는 서류상 화물인 이 사건 무기가 실제로 선적된 바 없이 허위로 작성된 서류임을 확인했고,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받은 지 약 8개월이 지난 1993. 8. 11.경 위 은행을 상대로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2002. 2. 21.  선고 99다497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이 사건은, 화환신용장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선적서류의 하자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그 후 개설은행에 대하여 선적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법원은,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 개설은행은 수익자나 매입은행 등으로부터 지급을 위하여 제시받은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정해진 기간 내에 조사·확인하여, 만일 거기에 불일치가 있으면, 그것이 사소한 것이어서 그 서류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신용장 조건이 의도하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설의뢰인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는 한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하고, 개설은행이 이에 위반하여 임의로 불일치의 흠이 있는 서류의 수리를 결정하거나 혹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서류를 조사하지 않음으로써 흠이 있는 서류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개설은행은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에 대하여 그 대금의 결제를 청구할 수 없고,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신용장금액에 해당하는 자금을 이미 예치받았다면 그 예치금의 반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신용장 개설은행이 수익자나 매입은행 등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제시받은 후 거기에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장대금 지급조건에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신용장대금을 미리 지급한 다음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한 경우, 당사자간 특약이 없는 한 이를 인수한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점검·확인하고 상당한 기간 내에 개설은행에게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하는 점을 통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야 할 의무가 있어 개설의뢰인이 이를 게을리 하였을 때에 개설은행에 대하여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보아야 할 신용장거래상의 관행이 존재한다거나 혹은 신의칙에 기하여 위와 같은 의무와 그 해태에 따른 효과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 신용장 거래는 ① 신용장개설은행과 신용장개설의뢰인 간의 신용장개설계약, ② 신용장개설은행과 매입은행간의 계약, ③ 신용장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계약 등 다양한 당사자 사이의 계약관계로 구성됩니다. 외자업체와 체결되는 국제거래로서의 국가계약은 신용장에 의한 대금결제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실무상 제반 거래관계를 숙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본 사안에서 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은 대한민국(국방부 군수본부)이고, 신용장 개설은행은 한국외환은행이며, 신용장 매입은행은 한국외환은행 파리지점이고, 수익자는 프랑스 회사인 E사였습니다. 신용장개설은행과 신용장개설의뢰인 간의 관계는 당사자 간의 계약내용에 따라 정해지는데, 본 사안에서는 당사자 간 계약에 신용장개설의뢰인인 대한민국(국방부 군수본부)가 선적서류와 신용장 조건의 일치 여부를 조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외환은행은 대한민국(국방부 군수본부)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지급 전에 선적서류를 송부한 것이 아니라, 신용장대금을 이미 결제하여 수익자인 E사와 매입은행인 파리지점에 대하여 서류의 하자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시점에서 선적서류를 송부한 것이었습니다.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기 전후에 관계없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은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한 서류조사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서류조사의무는 신용장개설은행이 부담하는 것이고 신용장개설의뢰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실무상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하는 서류상 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신용장개설은행은 신용장개설의뢰인에게 하자를 받아들이고 대금의 지급을 원하는지 아니면 대금지급을 거절할 것인지 문의하여 처리합니다. 그런데 본 사안의 경우에는 신용장개설은행인 한국외환은행은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엄격히 일치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장개설의뢰인인 대한민국(국방부 군수본부)에 대하여 중대한 부분에 대한 하자승인여부를 문의하지도 않고 신용장대금을 지급함으로써 그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한국외환은행은 대한민국(국방부 군수본부)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무상 계약담당공무원이 소속된 발주기관은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인 것인데, 신용장개설계약상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선적서류 점검·확인 의무를 인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당사자간 특약이 존재하지 않는지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이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