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31] 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시 고려 요소

문제된 사례

  • A회사는 C회사로부터 D백신을 공급받아 국내에 독점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D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개별구매(제3자단가 방식)로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입찰에서 조달계약업체로 선정된 A회사는 보건소 물량만을 공급했고, 민간위탁 의료기관은 개별적으로 D백신을 확보해 필수접종 사용물량에 대해 정부로부터 조달단가로 환급받고 있었습니다.
  • 질병관리청은 민간개별구매에 따른 D백신 수급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협의체 회의 및 실무추진반 회의를 거쳐 ‘총량구매 및 사후현물공급방식’ 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조달청은 질병관리청을 수요기관으로 설정해 총량구매·사후현물공급방식으로 D백신의 입찰을 공고했는데, A회사의 단일입찰로 2차례 유찰되었고, 이에 조달청은 다시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이때 C회사는 D백신 도매상 E씨에게 이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할 것을 부탁했고, A회사에 그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E씨는 입찰에서 예정가격 초과로 탈락했고, A회사가 조달계약업체로 결정되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와 같은 행위 등을 담합행위로 고발했고, A회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조달청장은 A회사에게 ‘경쟁입찰에서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하였다’는 이유로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하 “1처분 ”)을, A회사 대표이사 B에게 ‘A회사의 대표자’라는 사유로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하 “2처분 ”)을 각각 하였습니다. A회사와 B는 위 각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에 대하여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서울행정법원 2021. 11. 11.  선고 2021구합50963 판결)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이 사건은, (1) 1처분과 관련하여,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대상 D백신의 조달방식을 중대하게 변경하면서 수급상황 등 파악을 소홀히 하고 입찰과정에서도 그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아니한 사정 등이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 산정에 충분히 고려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사정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2) 2처분과 관련하여, 부정당행위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법인의 대표자라는 사유만으로 법률의 위임 없이 제재처분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대통령령이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법원은, 위 1처분과 관련하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는 담합행위를 한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기간을 6개월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반행위의 경위 등을 고려해 법령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제재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질병행정청은 실무추진반 회의 등을 통해 A회사가 D백신의 국내 독점 유통업체라는 사정 등 그 수급상황을 용이하게 알 수 있었음에도, 필수접종 대상인 D백신의 조달방식을 중대하게 변경하고 조달청에게도 계약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급상황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며, 그와 같은 상태에서 입찰절차가 단일입찰을 이유로 2차례 유찰되어 변경된 조달방식 시행이 얼마 남지 아니한 때까지 입찰이 진행된 점 등을 종합하면, 1처분의 제재기간을 정함에 있어 A회사에 대한 감경요소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므로, 1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위법·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법원은, 위 2처분과 관련하여 ‘법인이 부정당업자에 해당하는 경우 부정당업자의 대표자 개인은 부정당업자와 구별되는 별개의 권리주체이고 부정당업자는 아니다. 그런데 해당 근거 조항은 부정당업자가 법인인 경우에 그 대표자에게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법인의 대표자에게 실제 부정당행위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대표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여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 그 처분대상을 확대하고 있고. 이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처분대상을 규정한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이므로, 조달청장이 무효인 위 조항에 근거하여 한 2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 1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필요한 정보가 입찰 시행과정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경우 그 사유를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고, 2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기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대표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근거 조항인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9. 9. 17. 대통령령 제300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 제1호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조항이라고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 그중 2처분에 관한 판시 내용은 법인에 대해 부정당제재가 행해지는 경우 그 대표자에게도 부정당제재가 거의 대부분 행해지고 있는 현재 실무에서 주의를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대표자에 대한 부정당제재의 법적 효과가 법인에 대한 부정당제재와 사실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해당 법인의 대표자 입장에서는 처분의 행사 여부 및 그 적법성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법인에 대한 부정당제재와 별개로 대표자에 대한 부정당제재의 위법성을 독립된 쟁점으로 다루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 본 사례에서 다룬 하급심 판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정당재제가 가지고 있는 침익적 행정처분으로의 성격과 대표자를 법인과 별개의 권리주체로 본 점을 토대로 대표자에 대한 처분의 적법성을 별도로 판단하여 그 근거조항의 위법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행정청이 향후 대표자에 대한 부정당제재 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처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나아가 위와 같은 처분의 근거조항 유무와 별개로 대표자에 대한 부정당제재를 행사할 때에는 침익적 행저처분의 성격을 가진 부정당제재의 특성상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표자가 부정당행위에 어느 정도 관여하였는지 여부 및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묻지 않고 대표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침익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에 내재하는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본 하급심 판례와 별개로 또다른 법적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정을 처분 단계에서 충분히 확인하여 정당한 처분권이 행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황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