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28] 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은 하자가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문제된 사례

  • A시가 특정 사업을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으로 입찰에 부치면서,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는 ① 입찰등록과 제안서를 제출할 것, ② 제안서로서 기술제안서 및 제안요약서 외에 가격입찰서 1부를 밀봉하여 제출할 것, ③ 입찰의 무효에 관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9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44조의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 등을 내용으로 입찰공고를 하였습니다. A시가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에게 교부한 제안요청서에 첨부된 서식에는 가격제안서가 입찰서의 첨부서류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 甲 공동수급체와 乙 공동수급체 등 4개의 공동수급체가 A시의 입찰에 참가하여 입찰등록을 하였습니다.
  • A시는 각 수급체가 제출한 기술제안서를 먼저 검토한 다음 각 수급체의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각 수급체가 밀봉하여 제출한 가격제안서 및 입찰서를 개봉하였는데, 乙공동수급체에서는 가격제안서만 제출하고 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 A시는 乙공동수급체의 입찰서가 누락되었지만 가격제안서로 평가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찰서 누락을 문제 삼지 않고 乙 공동수급체를 제1순위 협상대상자로, 甲 공동수급체를 제2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乙 공동수급체와 협상을 거쳐 B사업에 대한 기술용역표준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 甲 공동수급체는 ‘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은 乙공동수급체가 아닌 자신들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지위보전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여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고, 乙 공동수급체가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2006. 6. 19.자 2006마117 결정)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고한 제안요청서에 게시된 입찰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하자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3호 입찰무효 사유인 ‘입찰서가 그 도착일시까지 소정의 입찰장소에 도착하지 아니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절차에서 입찰서의 제출에 하자가 있다 하여도 다른 서류에 의하여 입찰의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고 심사 기타 입찰절차의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어 입찰서를 제출하게 한 목적이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면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당해 입찰을 무효로 할 것은 아니고, 다만 그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그러한 하자를 묵인한 낙찰자의 결정 및 계약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그 절차에 관하여 규정한 국가계약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제안요청서에 게시된 입찰서와 가격제안서의 각 양식은 그 주요 내용이 거의 중복되고, 다만 입찰서에는 입찰의 의사를 나타내는 문장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입찰금액을 개괄적으로 기재하게 되어 있는 데 비하여 가격제안서에는 인쇄된 위 부동문자가 없고 입찰금액을 각 부문별로 구분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이 사건 입찰의 낙찰 방식은 협상에 의한 방식, 즉 입찰서에 기재된 입찰금액의 단순 비교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일반 경쟁심사방식과는 달리 입찰공고 등에 명기된 평가기준에 따라 심사와 협상을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게 되어 있어 그 평가 자료로서 입찰을 할 때에 입찰금액의 세부적 산출근거가 담긴 문서의 제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위 입찰서 양식의 문서는 입찰의 의사를 요식의 문서로 명시하는 외에는 이 사건 입찰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나아가 비록 참가인수급체가 입찰의 의사가 인쇄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여도 입찰공고에 의하면 제안서 제출을 함에 있어 반드시 입찰등록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참가인수급체도 그에 따른 입찰등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입찰서 양식의 문서를 제외한 나머지 구비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한 점, 개찰 장소에 출석하여 그 절차에 참여한 점 등에서 입찰의 의사를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고, 기록에 의하면, 위 입찰서 양식의 문서를 누락한 외에는 참가인수급체가 제출한 서류 중에 다른 하자는 없었으며 가격제안서와 금액산출 근거 기타 참가인수급체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사전 공고된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특별히 이로 인해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침해되었거나 입찰서를 제출하게 한 목적이 훼손되었다고 볼 사유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참가인수급체가 입찰서류를 제출함에 있어 단지 입찰서 양식의 문서를 누락한 정도의 하자를 가지고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4조 제3호의 ‘입찰서가 입찰 장소에 도착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만큼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경쟁입찰 시 입찰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그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입찰참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고려하여 입찰 무효의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고, 특히 본건에서는 각 문서의 내용과 형식, 각 문서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수개의 문서 중 하나인 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서를 통해 입찰의 의사와 내용이 드러난다면 그 입찰이 반드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 따라서 실무에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일부 입찰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입찰에서 배제하거나 해당 입찰을 무효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위 판시 내용을 참고하여 해당 자료의 미비가 입찰의 공정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는 입찰공고문에 입찰서류의 미비 시 우선협상대상자 또는 낙찰자의 지위를 박탈한다는 문구를 명시한 경우에도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한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