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19]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하기 위한 요건

문제된 사례

  • 한국전력공사는 A회사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1)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진단자격을 취득한 중급이상 기술자 2인 이상을 상시 보유할 것’(이하 ‘진단인력 조건’)을 정하고, (2) 그 계약서에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 조건’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기재하였습니다.
  • 이후 한국전력공사는 A회사에 대하여 ‘A회사가 이 사건 계약의 주요 조건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 제3항,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을 근거로(이하 위 각 규정을 통틀어 ‘이 사건 규정’)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습니다.
  •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2014. 4. 15. A업체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입찰담합행위를 이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고 합니다) 제39조 제2항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습니다.
  • 그러자 A회사는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진단인력 조건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인 계약의 주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두43491 판결)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이 사건은, 입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A회사)에 대하여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적법하게 침익적 행정처분을 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판시한 사안입니다.
  • 특히, 이 사건은 관련 법령 및 계약조건에서 당해 행위를 제재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단지 그 당해 행위에 대하여 규제 또는 제재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제재를 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사안으로 평가되는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즉, 피고(한국전력공사)가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진단인력 조건을 기재하고, 계약서에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 조건’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계약서에서 그 위반 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주요 조건’이 무엇인지 따로 정하거나 진단인력 조건이 그 주요 조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원고(A회사)가 진단인력 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원고에 대하여 진단인력 조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규정에 근거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할 수는 없다.
  •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의 해석 원칙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 대법원은 위 법리를 토대로 “입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에 대해 이 사건 규정에 따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계약조건과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명시해야 한다. 계약상대방이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계약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도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해 두지 않았다면, 이 사건 규정을 근거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원심판결은 이러한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 대법원은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이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에 정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 개발사업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사건에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 사업의 근거 법률에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이 포함되지 않았고, 인허가 의제 조항은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데에 그치므로, 관련 법령에 달리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을 학교용지부담금이 부과되는 개발사업으로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이상,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 개발사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참조).
  • 위 대법원 판례는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에 대하여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필요성만으로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에 관한 엄격한 해석 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도로 외의 곳에서 음주운전 내지 음주측정거부에 대하여 운전면허의 취소 및 정지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사안에서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의 규정을 고려하더라도,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한 것이고, 운전면허의 취소나 정지 처분의 부과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판례와 같은 맥락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두9359 판결,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8두42771 판결 참조).
  • 이 사건은, 대법원이 그동안 일관되게 판시해 온 침익적 처분의 근거 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을 근거로, 행정청의 규제 또는 제재의 필요성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에 대하여 제동을 건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A회사와 한국전력공사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서 진단자격을 취득한 중급이상 기술자 2인을 상시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계약이행의 적정성 등을 확보하고자 한 목적과 취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계약의 주요 조건’에 진단인력 조건이 포함된다고 볼 만한 명시적인 약정을 두지 않은 이상, 진단인력 조건의 위반을 이유로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또한 대법원이 이 사건을 통하여 판시한 법리는 단지 공공계약 내지 공공조달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행정소송의 전반에 걸쳐 활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법령이 당해 행위를 처분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관련 법령의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설사 당해 행위에 대하여 규제 또는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소 부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규의 개정 등을 통해 보완 및 해결할 문제이지, 근거 법규의 규정이 불명확한 데에 따른 불이익을 처분의 상대방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