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18]
공공계약에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한 거래제한조치의 처분성

문제된 사례

  • A업체는 2004년경부터 2010년경 사이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실시한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 구매입찰에서 다른 업체들과 물량배분 비율을 정하고,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등 담합행위를 하였습니다.
  • A업체는 이를 이유로 2014. 1. 10.경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습니다.
  •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2014. 4. 15. A업체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입찰담합행위를 이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고 합니다) 제39조 제2항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습니다.
  •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2014. 9. 17. 다시 A업체에 대하여, 해당 회사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내부규정인 ‘공급자관리지침’ 제7조 제3호, 제31조 제1항 제11호에 근거하여 ‘공급자등록 취소 및 10년의 공급자등록제한 조치’를 통보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라고 합니다)
  • A업체는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조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두66541 판결)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A업체가 제기한 항고소송이 적법하려면, A업체가 다투는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자신의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하여 등록된 공급업체에 대하여 하는 ‘등록취소 및 그에 따른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조치’가 과연 행정청으로서 행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됩니다.

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기업’으로 지정됨으로써 공공기관운영업 제39조 제2항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으로서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한편 대법원은 “공공기관운영법이나 그 하위법령은 공기업이 거래상대방 업체에 대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에서 정한 범위를 뛰어넘어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위임한 바 없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조달하는 기자재, 용역 및 정비공사, 기기수리의 공급자에 대한 관리업무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운용하고 있는 ‘공급자관리지침’ 중 등록취소 및 그에 따른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조치에 관한 규정들은 공공기관으로서 행정청에 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어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이다”라고 보았습니다.
  • 행정기관이 이처럼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어떠한 조치를 한 경우, 대법원은 “행정규칙이 이를 정한 행정기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그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행정규칙의 내용이 상위법령이나 법의 일반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모순금지 원칙에 따라 그것은 법질서상 당연무효이고, 행정내부적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해당 행정규칙이 법질서상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행정기관이 한 조치의 당부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등 참조)”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습니다.
  • 대법원은 제1, 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자신의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하여 등록된 공급업체에 대하여 하는 ‘등록취소 및 그에 따른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조치’는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 논거로, ① 위 주식회사의 공급자관리지침은 공공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제정·운용하는 내부 규정인 점(따라서 이에 따른 거래제한조치도 등록된 공급업체의 법적 지위를 일방적으로 변경·박탈하는 고권적 조치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② 공공기관이 여러 거래업체들과의 계약에 적용하기 위하여 거래업체가 일정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장래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특수조건 등의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하였다고 하더라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계약상대방에게 그 중요 내용을 미리 설명하여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점, ③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든 ‘청렴계약 및 공정거래 이행각서’에는 위 주식회사의 ‘공급자관리지침’ 규정 내용이나 ‘10년의 거래제한조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②와 같은 맥락에서, 위 주식회사의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한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를 계약에 따른 제재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행정청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이미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은 A업체에 대하여 다시 법률상 근거 없이 자신이 만든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서 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의 상한인 2년을 훨씬 초과하여 10년간 거래제한조치를 추가로 하는 것은 제재처분의 상한을 규정한 공공기관운영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사점

  •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하여 2년의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의 위임을 받은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에 따르면 기관장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과 하위법령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합니다.
  • 이러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과는 별개로,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자신이 조달하는 기자재, 용역 및 정비공사, 기기수리의 공급자에 대한 관리업무 절차를 규정하기 위하여 ‘공급자관리지침’을 제정·운용해 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등록된 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은 경우’ 등에는 관련부서의 요청 또는 등록관리를 주관하는 부서(본사 품질보증실 또는 사업소 품질부서)가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하고(제31조 제1항 제12호), 다만 1년 이내에 취소사유를 없앨 수 있는 경우에는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록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제31조 제1항 단서). 이에 따라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그 취소의 통보를 받은 날부터 10년간 다시 등록신청을 할 수 없고, 주관부서는 그 기간 동안 해당 업체 또는 품목에 대한 등록신청서 접수를 다시 할 수 없습니다(제7조 제3호). 등록취소가 피고 운영상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특수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제한적으로 등록취소기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제31조 제3항).
  • 공공기관운영법이나 그 하위법령은 공기업이 거래상대방 업체에 대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에서 정한 범위를 뛰어넘어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위임한 바 없습니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 외의 다른 공기업,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바,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정을 통해 제재를 확대한다면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유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