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15]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조정 배제 특약의 효력

문제된 사례

  • 甲회사는 乙공사와 A지구 집단에너지시설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공사도급계약에 포함된 특수조건에는 “입찰예정금액 중 국외업체와 계약하는 부분(이하 ‘국회공급분’)과 관련된 금액은 계약기간 중의 물가변동을 고려한 금액으로서 물가조정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지 아니한 고정불변금액이므로, 입찰자는 입찰 전에 전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을 감안하여 입찰금액을 작성하여야 하고, 국외 공급분의 계약금액 고정에 대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이하 ‘이 사건 특수조건’).”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 甲회사는 대형설비공사에 관한 계약체결 경험이 많은 1군 건설업체로서, 乙공사가 배부한 입찰안내서를 검토하여 이 사건 특수조건을 포함한 계약조건을 잘 알면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 甲회사는 국외업체인 丙회사 등으로부터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매수하고 그 매매대금으로 외화를 지급하였습니다.
  • 그런데 2008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환율이 상승하자, 甲회사는 도급계약의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하였고, 乙공사는 이 사건 특수조건을 이유로 거절하였습니다.
  • 甲회사는 乙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특수조건은 물가변동 등에 의한 계약금액조정을 규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19조 등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환율변동으로 추가 부담한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쟁점

  • 국가계약법 제19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계약제조계약용역계약 또는 그 밖에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에 따른 경우를 포함한다)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하여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같은 법 시행령 제64조부터 제66조까지는 물가변동(환율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하여, ‘공공기관이 계약특수조건을 통해 국가계약법이 정한 환율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위 규정이 계약당사자의 합의로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됩니다.

법원의 판단

  • 법원은 국가나 공기업을 당사자로 하는 공공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국가계약법 제19조 등의 규정은 국가 등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 특수조건의 유효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 다만, 대법원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공계약에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특수조건이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무효로 볼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부당특약으로 볼 만한 특수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원칙에 따라 甲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최근 코로나 등으로 인하여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공공계약 체결 후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이 환율변동 등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계약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으로 계약의 이행을 중단포기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계약을 부실하게 이행할 우려가 있는 반면, 환율변동 등으로 위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계약의 특성상 국가나 공공기관의 예산이 불필요하게 과다 집행될 수 있습니다.
  •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계약법은 계약담당공무원에게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의무 관련 규정을 제19조 등으로 정한 것인데, 실무적으로는 이를 배제하는 합의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령에서는 계약당사자가 위와 같은 배제 합의를 하는 경우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아 강행규정성 여부에 대하여 당사자간에 분쟁과 논란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 기획재정부나 조달청과 같은 행정당국은 계약금액조정 조항을 배제하는 합의는 국가계약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유권해석을 해온 반면, 분쟁의 대상을 직접 판단한 법원은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였다가, 최근에 이르러 기존 입장을 정리하여 특수조건이 반영된 경위와 계약의 특성,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공공발주공사에서 당사자는 국가계약법령이 규정한 계약금액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황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