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판례해설

공공계약 판례해설

국가 등의 사업자 지위와 불공정거래

문제된 사례

  • 甲회사는 서울시와 전동차 제작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 계약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① 계약금액을 총액확정계약으로 하고 5년 간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하되, 그 분할 지급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고, ② 계약체결 후라 할 지라도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그 계약금액을 감액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서울시가 계약금액을 감액 또는 환수조치 할 수 있다(이하 ‘이 사건 감액특약’).
  • 甲회사는 계약상 납기 내에 전동차를 제작 및 납품하였고, 서울시는 甲회사에 분할납입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그런데 서울시는 계약금액 결정에 하자 또는 착오가 있어, 이 사건 감액특약이 정한 감액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제5회차 원리금 지급기일에 甲회사에게 계약금액 중 약 15.3%에 이르는 금액(약 94억 원)을 감액한다고 통보하고서, 나머지 계약금액만을 지급하였다.
  • 그러자 甲회사는 서울시를 상대로, 이 사건 감액특약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동차 납품대금(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이러한 경우 법원(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3659 판결)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업자 지위와 불공정거래

  • 본건 사안에서 대법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사경제의 주체로서 타인과 거래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바에 따라 불공정행위가 금지되는 ‘사업자’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 나아가 대법원은 서울시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중심으로 이 사건 감액특약이 불공정거래행위(불이익제공의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먼저, ① 서울시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甲회사의 기업 규모(당사자 간의 전체적 사업능력의 격차), 전동차 판매시장의 범위(거래 대상인 상품의 특성 및 시장의 상황) 등을, 다음으로 ②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이 사건 전동차 제작납품계약상 계약금액 결정 경위 및 그 과정에서 당사자 간에 충분한 의견교환 등이 있었는지(거래상대방의 자유의사가 억압되었는지) 등을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 본건에서 대법원은, 공공조달 계약영역에도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도,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의 목적으로 행한 계약이라는 등의 사정만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있어서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는 않으며, 계약상대자의 기업규모나 시장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지하철공사에 대한 전동차 공급계약, 국가나 지방자체단체의 신축공사 발주 등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유지되고 있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4984 판결, 대법원 2000.12. 8. 선고 99다53484 판결 등).
  • 본건에서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거래상 지위 남용 중 불이익제공행위의 판단기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상대방의 자유의사의 부당한 억압 유무’, ‘정상적인 거래관행과의 비교’ 등이 그것이다. 본건은 선례가 거의 없어 정상적인 거래관행이 무엇인지 밝히기 곤란한 대규모 전동차 거래였고, 그 때문에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인 甲회사의 자유의사가 부당하게 억압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 계약조건의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기회를 부여 받고, 실제로 그 요구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반영된 경우, 계약체결 및 이후 이행과정에서 일방 당사자의 자유의사가 억압되지 않았다는 핵심 징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발주기관이나 그 상대방인 기업으로서는, 계약 협상을 진행하거나, 계약의 이행 도중 종전의 계약조건 등을 변경할 때, 되도록 그 일련의 협의 과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 사건화 되어 뒤늦게 자료를 확보하려 할 때에는 계약금액의 협의 또는 정산 과정 등과 같이 계약당사자가 밝혀야 하는 주요 사실관계의 핵심이 대부분 비공개자료 내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어 입증의 한계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