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도쿄타워

< 저자 릴리 프랭키   |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글. 양원희

  •  “전차나 버스 안에서 읽는 것은 위험하다.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될 테니”
     이 이야기의 입소문대로 눈물과 여운이 참 오래도 갔다.
     하루 평균 승객이 175만 명이라는 도쿄 역에 수많은 사람들.
     물웅덩이에서 불쑥 튀어나온 나방처럼 혼자서 태어나고 혼자서 살아가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족이 있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 있고 마음속에 우주를 가졌고, 또한 어머니가 있다. 언젠가는 이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과 똑같은 슬픔을 경험할 것이다.
  •  ‘엄마의 죽음’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슬픔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엄마로서의 죽음’도 생각해 보았다.
     너무 슬프다. 내가 죽어서 슬픈 게 아니라 남겨질 내 아이들을 생각하니 너무 짠해서 슬프다.
     ‘엄마’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자식 걱정만 하는...
  •  폐광을 앞둔 규슈 치쿠호 지역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주인공.
     가난했지만 유쾌한 이웃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아버지는 정착하지 못하는 기질 때문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일쑤였지만, 보듬어주는 어머니 덕에 구김 없이 자랄 수 있었다. 미술 공부를 위해 도쿄로 떠난 주인공은 꿈과는 달리 빈둥거리다가 졸업도 못하고 빚만 지게 된다. 지독히도 닮고 싶지 않았던 책임감 없던 아버지와 닮아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말기 암을 선고받게 된다.
  •  한 가족의 가슴 뭉클한 삶을 그린 이 책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향한 꿈과 방황, 그리고 마침내는 가족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이야기다.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어머니’라는 소재로 우리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이야기다.
  •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해도, AI가 인간의 많은 일들을 대체한다 해도, 인간의 본질은 변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근원은 어머니와 가족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와 가족이 있기에, 삶은 방황하고 부서지더라도 이토록 다정한 것이다.

아부지의 인생은 큼직하게 보였지만, 엄니의 인생은 열여덟 살의
내가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내게 나눠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  이 문장이 한참 동안 가슴 한켠에 남아 있었다.
     ‘나의 어머니’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인생의 반을 아이들에게 줬지만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오히려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하고, 더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  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에 여유와 ‘엄마 마음 같은’ 넉넉함을 다시 한번 챙겨보면 좋겠다. 오늘도 엄마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모든 짜증을 엄마한테 내는 당신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얘기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