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저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번역 박제헌  |   출판 페이지2북스>

글. 양원희

  • “얄팍한 행복 대신 단단한 외로움을 선택하라.”
  •  연말도 되고, 아이들은 컸고, 남편은 망년회로 바쁘고.
     워킹맘으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미친 듯이 바쁜 삶 속에서도 외로움이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오는 ‘나의 삶’ 속에 비수같이 꽂힌 문구다. 아마 나는 얄팍한 행복과 단단한 외로움의 그 중간인, 가볍디가벼운 외로움 그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내가 매달리는 것이, 부끄럽지만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다. 과한 보정으로 예쁘게 나온 셀카부터 내가 한 그럴싸한 요리, 내가 방문한 아름다운 곳, 현실은 각자 살기 미친 듯이 바쁘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아이들의 뒷모습까지 참 여러 가지 주제로 사진을 다양하게 올린다. 나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 특히 이기고 싶은 누군가나, 복수하고 싶은 인간들에게 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다행인 것은, 나는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지인들이 남의 인스타를 보고 자괴감이 온다거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는 등의 푸념을 하곤 한다. 인스타는 하지 않지만 뭔지 알 것 같다. 안 하길 잘 했다.
  •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이 책은 철학자들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쓴 소품집이다. 행복한 삶에 대한 그의 정의와 언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는 결국 고독이 주는 자유를 강조하면서 혼자서도 단단해질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나 자신의 가치와 외부의 평가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나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SNS를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이런 행위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단지 우리는 남들이 행복할 거라고 정해놓은 기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뭘 해야 행복한 지는 잘 모른다. 남들의 인정과 칭찬은 갈망하지만, 정작 내가 나 자신 스스로를 알거나 인정해 주는 데는 인색하다.

    칭찬을 갈망하는 사람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 파괴당하기도 하고 회복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목사님 설교 말씀 중에 ‘착한 것이 죄’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흔히 생각하기에 ‘착함’은 남들에게 선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본성이 악한 인간이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기 위해 착한 것일 뿐, 내면의 동기는 그다지 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인정 중독’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이 얼마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하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그렇지만 결국 남 눈치를 보며, 내가 원하는 나와 남이 원하는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새, 정작 나는 이러한 나를 미워하며 혐오하기까지 할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리 못났을까’ 자책하면서 말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해 정도와
    인식의 한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2024년 새해.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목표보다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을 적어보면 좋겠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를 떠올려보면 좋겠다. 나의 일상의 사소한 습관부터,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행복하게 산다’의 본래 의미는 ‘덜 불행하게’ 사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를 세워서 하나하나씩 이뤄나가는 삶도 좋겠지만, 그 목표 자체가 내가 추구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것들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그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관에 맞게 그때그때 선택하여 살다 보면, 그 하루들이 겹겹이 쌓여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인생, 그야말로 얄팍하지 않은 단단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