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과 감사원 감사 유관

김·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김태완



조달과 감사원 감사 유관

행정안전부 계약예규 중 하나인 ‘지방자치단체 수의계약 운용요령’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은 업체와는 수의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A시에서는 관내 음식물쓰레기 처리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4개월 전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은 B업체와 1인 견적에 의한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예규를 위반한 것이고 감사원의 감사가 개시되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A시 담당자의 업무처리를 적극행정으로 판단하고 면책한다. 당시 수의계약을 체결하여 신속히 쓰레기 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심한 악취 발생으로 주민 불편이 예상되었고, 관내에 쓰레기 처리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B업체 밖에 없었으며, 이웃 지역의 업체는 거리 등을 이유로 계약을 기피하는 상황이었으므로 A시 담당자의 조치는 주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례도 있다. 국유재산법, 공유재산법의 규정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을 허가할 때에는 그 사용∙수익자에 대해 매년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D시는 관내 산업단지 및 농공단지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민간기관에게 6년간 일부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고도 무려 26억원의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계약담당자의 비리 유무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었지만, 감사원은 이 역시 적극행정으로 판단하여 D시 담당자들의 책임을 경감하였다. 해당 민간기관이 무상 사용하고 있는 행정재산에는 직장어린이집과 같이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편익을 위한 시설이 입주해 있었고 기업들의 산단 유치를 위해 위 민간기관이 건축비의 일부를 스스로 부담하여 시설을 짓고 천안시의 소유로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여와 부담을 인정하여 D시 담당자들은 민간기관에게 시설의 무상 사용을 허가했던 것이다. 감사원은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D시에 시정요구를 하였지만, 업무 담당자들의 책임은 면책하였다.

위 두 사례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원 등의 사소한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거나 그 책임을 경하게 한다는 적극행정 면책시스템이 활용된 대표적인 예이다.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적극행정시스템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해 당사자가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감사소명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고, 이 제도를 통해 소명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자에는 피감기관의 공무원만이 아니라 해당 감사 결과에 따라 인해 종국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이해관계자 즉,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사소명제도는 감사원에서 감사실시 후 감사위원회의 의결로 감사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 감사원 감사를 받는 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한 반박의견 또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감사원에서 이를 검토하여 처리하는 제도를 말한다(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제39조 등). 소명 대상은 적극행정 면책신청에 한정되지 않는다. 감사소명을 할 수 있는 자는 기본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는 자’로서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과 그에 소속된 공무원 등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피감기관이 아니더라도 현재 실시 중이거나 처리 중인 감사결과로 인하여 신분상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람 및 법인, 그 밖의 단체를 모두 포함한다. 즉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인해 계약금액의 환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등 불이익을 받게 되는 조달기업도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소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소명을 희망하는 이해관계자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여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으며, 소명내용의 객관적 검토를 위해 감사원이 별도로 위촉한 감사권익보호관과의 면담도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소명자료의 내용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사원은 감사결과의 처리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러나, 감사소명제도가 지금과 같이 정비된 것이 2016. 6. 30. 감사원 규칙 개정 이후임에도 위와 같은 감사소명제도의 존재와 그 내용을 알고 있는 관계 기업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감사원이 피감기관에 대해서는 질의서 송부 등을 통해 의견을 묻는 절차가 존재하지만 감사 결과로 인해 심각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관계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로 의견을 묻거나 소명 기회를 안내하는 절차가 아직 미비하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법령 개정이 있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감사원의 시정요구에 따라 과세 처분하는 경우로서 시정요구 전에 과세처분 대상자가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한 소명안내를 받은 경우”에는 과세 전 적부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신설하였고, 감사원이 곧바로 규칙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여 감사원이 조세의 부과, 징수와 관련한 시정요구를 할 때에는 질문서 발부와 동시에 이해관계자에게 서면으로 감사소명제도를 안내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감사소명제도의 안내는 그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감사원 시정요구에 대한 일반적 권익보호 절차로 규정할 만한 필요가 충분하다. 조달, 건설, 환경 등 다른 분야의 권익보호와 조세 분야의 권익보호 필요성이 다르다고 평가할 이유는 없다. 그러기에 항시 개정 수요가 있는 국가계약법 또는 조달사업법 어느 곳에라도 감사원이 공공조달과 관련하여 시정요구를 할 때에는 이해관계자에게 감사소명제도를 안내하고 그 의견을 듣도록 하는 근거의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난 공공조달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계약과 관련한 불합리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그 필요성을 절감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