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우린, 조금 지쳤다

< 저자 박종석   |   출판 포르제 >

글. 양원희

  • 우린, 조금 지쳤다
  •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책 제목.
    당연하다는 듯이 손이 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 어찌 보면 참 행복한 고민인데, 일감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일 속에 파묻혀 있는 지금. 나에게 너무 단비 같은 책이었다. 게다가 늘 쌓여있는 집안일로, 고등 입학을 앞둔 큰아이 덕분에 여기저기 열리는 학원 설명회로 나는, 많이! 지쳤다.
  •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프롤로그 소제목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온몸이 따뜻한 물로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낯선 이의 말이지만 고마웠다. 진심이 느껴졌고 ‘그래, 아프지 않을게’라는 내 마음의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아이돌 가수 유노윤호가 “슬럼프가 오는 건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보통 슬럼프나 ‘번아웃’에 대해서 사람들은 부정적이다. 나약한 것처럼 여겨지고, 어서 빨리 극복하고 원래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압박감마저 느낀다. 내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아이 셋에 일까지 하는 나는, 절대적으로 시간과 돈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항상 ‘더더더더’를 외치고, 죽으면 어차피 많이 잘 텐데, ‘안자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분일초를 쪼개가며 살고 있다. 번아웃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조차 나에게는 사치다. 그래서 번아웃을 느낀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불안장애 증상으로 약을 먹고 있다. 어쩌면 번아웃이라는 게 튀어나오려고 하지만 내가 계속 꾸역꾸역 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자꾸 불안장애 증상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건지, 왜 떨리는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건지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자꾸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했다.
  • 그동안 수고했어
  •  번아웃을 겪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번아웃은 나약한 게 아니라, 유노윤호의 말처럼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증표이자 훈장이다. 번아웃이 온 자신을 다독이며 ‘그동안 수고했어’라는 마음으로 번아웃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치유해 나가면 된다. 번아웃은 복잡한 생각으로 번아웃 된 나를 또 번아웃 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몸이 보내는 사인이다. 그저 내 상태를 인정하고 인생을 관객처럼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자. 그러다 보면, 인생에 대한 달라진 시선으로 앞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회복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조급함은 자신을 몰아세우고 피로하게 만들어 뇌를 쉬지 못하게 한다.
  •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
  •  이 책에는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가 10가지 소개되어 있다. 이 중에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면 직장에서 과도하게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를 내려놓아야 한다.
  • 당신의 균형과 나의 균형은 다르다
  •  이 말 또한 깊은 위로가 되었다. 왠지 여기서 무너지면 나만 나약한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균형과 나의 균형은 다를뿐더러, 그야말로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대로 절대치의 고난이 있다. 완벽한 균형과 회복을 꿈꾸지도 말자. 그저 ‘회복력’과 ‘유연성’에 집중하자. 100점이 아니라 70점이든 80점이든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절충점을 찾자.

    작은 예이지만, 지인 중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지인이 있다. 그는 직장 일에 과도한 최선은 다하지 않는다. 주말이나 휴가 때 그리고 퇴근 후, 회사에서 오는 전화는 절대 받지 않는다. 목표 실적을 적당히 정하고 그 이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철학을 듣고 한참 웃었었다. 본인은 빠른 진급을 원하지 않는다고. 빨리 진급해 봤자 일찍 회사 그만두어야 한다고.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자기 목표라고. 여전히 그는 가늘지만 길게 가고 있다.
  • 오늘도 분투하며 나를 돌보지 않을 당신에게
  •  지치고 힘든 여러분에게, 그리고 무언가를 기대했을 여러분에게 혹시 내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생각보다 자세히, 이 책은 지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할 당신에게 이 책이 위로와 솔루션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