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세이노의 가르침

< 저자 세이노   |   출판 데이원 >

글. 양원희

  • 세이노의 가르침?
  •  중국의 현인 공자나 맹자처럼 ‘세이노의 가르침’이라고 하니 일본 현인이 쓴 자기개발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 Say No!
  •  필명 ‘세이노’는 2023년 기준 순자산 천억 원대 대한민국의 자산가다. 자산가라고 해서 투자의 요령이나 자산 증식의 방법을 소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No다. 특히 책 서두에 <세이노의 가르침>은 저자에게 판매수익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알림에 놀랐다. 그는 다른 이에게 지식을 나누는 데에 있어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돈만 많은 사람은 아니구나. 그저 그렇고 그런 자기개발서는 아니겠구나.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너무 많은 가르침이 있어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 소개하기엔 너무 방대한 양이고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 부자가 되려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가
  •  세 아이를 키우는 내가 늘 고민하는 문제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많이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런 고민을 한 달에 몇 번 이상은 꼭 한다. AI가 등장했고, 챗 GPT가 출현한 급변하는 시대에 책상에 앉아서 주입식으로 하는 공부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공부 잘 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속으로 되뇌어 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루 종일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엄마의 합리화 같기도 하다. 때론 꽤 깨어있는 엄마인양 보이는 자기만족 같기도 하다. 우리 아들만 해도 가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제도권 교육을 다 이수하진 못했지만 얼마나 훌륭한 업적을 남겼는지를 역설하며, 공부를 꼭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 특출한 능력과 노력이 따로 없는 한 학교 공부를 너무 안 하면 아예 기회가 박탈되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다. 이 사회로부터 기회를 얻느냐 못 얻느냐는 학력과 학벌에 의해 일단 결정된다. 기득권 사회에서 학벌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일을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방법이 없다. ‘일류대’ 졸업자가 되면 일단은 고졸자보다 인건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학력이 높으면 능력마저 뻥튀기시킬 수도 있다. 학력이 높을수록 인맥 형성이 손쉽다.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그들이 배웠던 것들이 쓸모가 있건 없건 적어도 학습 능력만큼은 인정받는다.
  • 공부만 하는 바보를 잘 대해라...
    나중에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 부자가 되려면 돈에 대한 가식을 버리고 프로가 되라.
  •  세이노는 돈에 관한한 촌철살인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돈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대단히 이중적이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도 있다. 변호사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사람을 위해 변론한다고 해야 훌륭해 보인다. 정치인도 돈이나 명예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저마다 이야기한다. 종교인 역시 돈과는 거리가 멀어야만 하고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이노는 돈에 대한 욕망을 그럴듯한 명분이나 보람으로 위장하여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돈을 모을 때는 날파리를 조심하라는 충고였다. 가족 날파리, 친척 날파리, 친구 날파리, 사기꾼 날파리들을 조심하라고. 당신은 도우려는 마음으로 가족, 친척,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지 모르지만, 돈을 받지 못하게 될 때 ‘이상하게도’ 욕은 당신이 먹는다. 돈을 빌리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자기들 돈 쓰고 다닐 것은 다 쓰고 다니는 것도 알아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기꾼 날파리들에 대해서는 겉보기에 부자로 보이는 사람들, 돈을 잘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각종 금용 회사 사람들, 회사의 경리‧회계‧재무 담당자들, 투자 관련 강사 모두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그렇지 않다!
  •  작금의 MZ세대들한테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생망과 수저론.
    세이노는 어느 시대에나 절망의 골짜기는 있었으나 분명 그 골짜기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늘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독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생망’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SNS에서 찾았다. 세이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돈 자랑하는 연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보니 그들을 자기 자신과 비교하면서 생기는 박탈감의 크기가 과거의 그 어느 시대보다도 증가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우라질 놈의 워라밸 때문이다.(말이 거친 것을 이해 바란다. 세이노 님의 뜻을 십분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가 쓴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것만큼 찰떡같은 게 없었다.)
    세이노는 말한다.
    “이 멍청한 연놈들아! 근로시간 8시간 밖의 시간을 자기에게 재미있는 것들을 하는 데에만 사용하는데 무슨 변화가 생기겠는가?”

     으아. 뜨끔했다. 나도 ‘워라밸’을 외치는 사람 중에 한명이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고 싶진 않고, 잘은 살고 싶은 나의 이중성을 간파한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또한 오르는 부동산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몸 누일 공간 하나 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부동산 역시 상승기가 있으면 반드시 하강기가 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차고에 살던 세이노가 스스로를 이끌어 지금에 이르렀듯이, 크고 작은 삶의 변화들을 이뤄낸 독자들의 연락을 소개했다. 카드빚을 갚고자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도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는 말을 되뇌며 일하여 인력사무소 지명도 1순위에 올랐다던 독자다. 그는 15년 후인 현재, 연 매출 7~8백억 원대, 영업이익 수십억 원대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  나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도 세이노의 견해는 좀 달랐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할 때는 피를 토하는 자세로 하라고 한다. 특히 삼십대 중반 이전에 적어도 2~3년 동안은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없어야 하므로 최대한 일터에 가깝게 살고, 밥을 먹으면 졸려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굶거나 조금만 먹고, 라면 끓여먹는 시간도 아까우니 그냥 생으로 씹어 먹으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면 당연히 사람들은 그러다가 건강을 해치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한단다.

     그러나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에서 자살의 원인이 건강을 잃어서일까? 건강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왜 건강하고 탱탱한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늘어만 가는 걸까?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이면서,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인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저 몸 하나 튼튼하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가도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찾고야 마는 피난처 같은 말 일 뿐이라는 그의 주장에 반대는 못하겠다.
  • 세이예스(Say Yes)의 깨달음
  •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  나는 귀도 얇고 다른 사람의 말에 부화뇌동을 잘 한다. 그야말로 ‘세이예스’. 그래서 세이노의 충고만큼은 No의 자세로 읽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읽었지만, 어쩜 그리 술술 읽히며 예스, 예스 하게 되는지.

    • 부자가 되려면 돈과 친해져야 하는데 사람들은 다른 것들과 친하다. 십중팔구 당신은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이름들은 줄줄 꿰지만 대차대조표는 볼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자들을 도둑으로 싸잡아 비난한다.

    •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경제 지식은 당신을 절대로 부자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 쉬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라. 당신이 허약체질이라도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은 쉬지 않고 24시간 이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 문제는 그 시기가 당신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 긴장감을 잃지 말라. 긴장감이 있으면 싫은 것을 오랫동안 억지로 하여도 탈이 나지 않는다.

    • 학력이나 학벌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라. 극복해야 하는 것은 체념과 게으름이다.

    • 허드렛일 하려고 취직한 게 아니라고? 그런 작은 일 하나 귀신처럼 하지 못하는데 더 큰일을 달라고? 웃기지 마라.

    • 주 5일제 근무 좋아하지 마라.

    •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몸값이 오른다.

    • 노력이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사장 밑에서 일할 때는 조심해라. 일은 제대로 배우겠지만, 일부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자신이 고생하던 시절의 눈으로 판단하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고마워하지 않으며 대우가 형편없다.

    • 돈 앞에서 인간관계는 언제라도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버릴 수 있다.

    • 직장생활을 하면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아니다. 직장에서 일을 못하면 직장 밖으로 나가도 부자가 되지 못한다. 결국 직장생활을 잘해야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 결국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책 한 권에 명언이 셀 수 없다.
    뼈 때리는 조언이 절실하게 필요한 당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큰 오빠나 큰 형에게 촌철살인 같은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면, <세이노의 가르침>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