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저자 최인아   |   출판 해냄 >

글. 양원희

  •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기여하라
  •  당연한 말 같기도 하지만, 노동과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 중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회사를 위해 일하고 돈으로써 보상하라’가 현대인의 삶에는 제일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세상을 향해서 원하는 것만 더더더더 외쳤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할 생각은 그다지 해보지 않았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자 현재 최인아 책방 대표인 최인아 대표의 몇 가지 물음이 백세시대에 딱 반 정도 살아온 나의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한 준비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 왜 일하는가
  •  수십억을 벌거나 로또에라도 당첨되면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지독히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나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돈이 쌓여있으면 일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일에 지칠 때 가끔 한다. 한동안 ‘파이어(FIRE) 족’이 대세였다.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으로 빨리 자립하여 일찍 은퇴한다)’ MZ 세대의 은퇴 및 자산 관리에 대한 가치관은 확실히 부모 세대하고는 다르다. 이에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을 제시했다. 인간에게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다섯 단계의 욕구가 있는데, 인간은 앞선 순서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그다음 욕구를 추구하려 한다는 이론이다. 가장 고차원적인 욕구,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해 주는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작년 여름의 권태로움이 생각났다. 두 아이가 캠프에 가느라 아이들한테도 손이 가지 않았고, 시간제로 출근하는 곳의 휴가와 겹쳐 진짜 시간이 남아돌았다. 책을 읽었다가, 잤다가, 먹었다가, 친구랑 통화를 했다가, 정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딱 3일 지나니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씻지도 않은 나에게 무력감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 나는 일이 주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  인간이 죽을 때까지 가장 오래 하다가는 게 일이라고 한다. 먹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것도 일하는 것처럼 오래 하긴 힘들다. 거의 매일 같은 루틴으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게 결국 일이라는 것이다. 일을 통해서 얻는 것이 대부분 ‘돈’이라고만 생각하니, 일이 나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 재미, 의미, 성취, 도전, 자신감, 갈등, 스트레스, 기쁨, 인정, 동료애, 팀워크, 극복, 성공. 이 모든 것이 일이 주는 ‘선물’인 것을, 갈등과 스트레스도 어쨌든 지나는 가고, 지나놓고 나면 나의 성장을 위하여 꼭 겪어야 할 일인 것을, 작가의 말대로 일 이 주는 건 돈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 자신을 브랜드로 바라본다는 것
  •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다’는 2007년에 썼던 최인아 대표의 칼럼 제목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나’라는 실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만드는 작업이다. 많은 직업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AI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챗 GPT의 세계가 열리면서, AI가 어떤 특정한 분야의 일을 넘어 인간의 일을 일반적으로 맡아서 하는 수준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에이트’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 안테나를 안으로도 향하게 하라
  •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 못지않게 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저자가 말한다. 세상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나를 맞추지 말고, 브랜딩 한 나를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말이 참 신선했다. ‘윤여정’이라는 배우는 최고로 꼽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명백히 대체 불가능한 배우였다. ‘파워 브랜드’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업계 최고나 일등이 아니라, 자기 콘셉트가 명확한 대체 불가능한 ‘나’야말로 진정한 ‘파워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콘셉트는 결국 자신의 고유한 개성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있고, 내 속에서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지 깊이 살펴야 한다.
  • 나부터 나를 존중하려면
  •  질문을 많이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한테는 질문을 많이도 하면서 정작 나 스스로에게는 물어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곧 존중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묻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들을 자주 물어보자. 나에게. 그렇지 않으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태도가 경쟁력이다
  •  나를 위해 일하며 내가 일의 주인이라 여기는 태도는 시간의 밀도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태도’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다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