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언어를 디자인하라

< 저자 유영만, 박용후   |   출판 쌤앤파커스 >

글. 양원희

  • 당신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다.
  •  섬뜩했다. 나의 현재 인생 레벨이 내가 가진 재산도, 내가 가진 지식도, 내가 가진 인간관계도 아닌 나의 언어 레벨이라니!
     자신이 없다. 언어에 비추어 나의 인생 레벨을 재어 보니, 형편이 없다. 늘 많은 일에 치어서 나는 산만하고 너는 바쁜 이 세상 속에서, 깊이 생각하고 말을 내뱉을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이미지와 영상이 텍스트를 압도해버린 시대에, 정보 습득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생각의 깊이는 얕고 얕아졌다. 솔직하고 뒤끝 없다는 미명 하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유머와 위트를 핑계로 거칠거나 저열한 언어를 쓴 적은 없는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 작년에 사용했던 언어 수준과 올해 언어 수준이 비슷하다면 1년 동안 갇혀 산 사람과 마찬가지다.
  •  아니 그럼 나는 도대체 몇 년을 갇혀 산 것인가. 개탄스러웠다. 세 아들 육아를 핑계 삼아 말은 점점 거칠어졌고, 가정통신문도 세 번은 정독해야 머릿속에 들어올 만큼 사고도 짧아졌다. ‘읽기’보다는 ‘훑어보기’가 익숙했고, 타고난 성격이 ‘꼼꼼하기’보다는 ‘대충 하기’였다.
  • 언어의 레벨을 업그레이드하자.
  •  언어의 격은 부단히 갈고닦아야 높아진다. 이미 알고 있는 언어를 새로운 언어로 바꾸고, 이전과 다른 개념으로 재정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언어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만의 개념사전 7가지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구체적으로 담은 신념 사전
    자신만의 관점을 만드는 관점 사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연상 사전
    느낀 그대로 써나가는 감정 사전
    본질을 파고드는 은유 사전
    단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어원 사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 사전

     개념사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 1개의 단어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만의 언어로 재정의하는 것을 훈련하다 보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풍요롭고 위트 있고 품격 있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한계’의 사전적 의미가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라면 저자가 재정의한 의미는 ‘한 게 없는 사람의 핑계’이다. 참으로 통찰력 있고 유쾌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제시한 언격을 높이는 방법 중 재미있었던 것은, 단어 뒤집기이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다. 생일을 뒤집어보니 일생이다. 성실하지 않으면 실성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금지되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체육으로 몸을 단련하지 않으면 육체를 잃고, 관습을 타파하지 않으면 나쁜 습관에 얽매여 산다. 전문가는 ‘깊이’ 파서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그러나 ‘깊이’만 파다가 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되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된다.
  • 그에게 중요한 단어가 곧 그의 인생 아닐까요?
  •  유독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단어가 있는가? 있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핵심가치다. 그러고 보니 진짜 그런 것 같다. 나의 심장을 유독 뛰게 하는 단어는 ‘꿈’이다. 10년 동안 아이를 낳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도 유독 나는 ‘꿈’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의 꿈과 진로에만 매여있느라 내 꿈을 하찮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항상 노트북에 틈틈이 습작을 했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자는 일념 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좀 큰 다음.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마지막 어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마지막 어휘’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신념, 그리고 삶을 정당화시키는 데 필요한 단어다. 간디의 마지막 어휘는 ‘비폭력’,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어휘는 ‘혁신’인 것처럼 말이다.
  •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내가 참 좋아하는 문구다. 나만의 언어로 재정의해서 모은 나만의 사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인생. 그게 바로 풍요로운 언어로 만들어가는 풍요로운 내 인생의 수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