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평균의 종말

< 저자 토드 로즈   |   출판 21세기북스 >

글. 양원희

반 평균, 전체 평균, 과목 평균, 평균 아이큐, 평균 키, 평균 체중, 평균 연봉...

우리는 ‘평균’이란 것을 일종의 ‘기준’으로, 온 일생이 ‘평균 이상’의 삶을 살도록 달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나 역시도 ‘평균’이라는 것에 대해 1%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평균’을 기준으로 비교하고 달려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가 던진 질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평균’을 기준으로 ‘평균 이상’을 목표로 살아왔지, 평균이란 것이 ‘허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토드 로즈는 수업마다 낙제했고 들어가는 일자리마다 오래 버티지 못했다. 고등학교 중퇴 후, 나를 평균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아보며 매달린 결과, 고등학교 중퇴 후 15년 만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교수가 됐다. 평균을 아예 벗어난 성장기를 보냈지만 소위 말하는 평균 이상의 삶을 사는 저자를 보며, 우리는 진짜 평균이라는 것에 속고 살지 않았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까에 대한 고민에 한 줄기의 빛과 같은 말이다. 늘 고민하지만 아무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교육과 평가의 기준에 대해, 저자는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라는 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 인간의 재능은 다차원적이다.
  •  구글은 매달 십만 건의 입사 지원서가 쇄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구글은 초반까지만 해도 채용 결정 방식이 <포춘> 선정 500대 기업 대다수와 똑같았다. 만점에 가까운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 수석 졸업에 빛나는 학교 GPA,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스탠퍼드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등의 명문대 출신의 화려한 이력의 직원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인재 선발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감지했다. 성적, 등급, 졸업장같이 대다수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준으로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지원자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래서 구글은 회사에 꼭 필요하지만 알아보지 못한 ‘놓친 인재’를 분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금을 쏟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받아들인 것이 인간의 ‘들쭉날쭉성’이다. 평균이라는 허상 속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사람을 줄 세워 순서대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개개인이 가진 진정한 재능을 간과하기 매우 쉽다. 따라서 진짜 난제는 재능을 구별할 새로운 방법 찾기가 아니라, 알아보지 못하게 시야를 방해하는 일차원적 눈가리개를 제거하는 일이다. 우리 자신의 들쭉날쭉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첫걸음인 것이다.
  • 맥락의 원칙
  •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끔 나는 다중인격이 아닐까 의문을 가질 정도로 바뀌는 내가, ‘내 성격은 어떻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내가 지극히 정상이었구나 깨달았다.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행동은 특성과 상황의 독자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표출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옆에 있을 때만 소심해지는 것뿐인데 직장 상사는 당신을 소심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래랑 있을 때는 공격적인 아이가 어른들과 있을 때는 온순해지기도 한다. 특정 맥락에서의 내 행동방식을 파악하면 상황에 맞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는 거짓말
  •   우리 아들은 30개월이 되도록 ‘엄마’, ‘아빠’라는 기본 단어 외에는 말을 못했다. 자주 다니던 동네 소아과에서 아이가 평균보다 많이 늦다며 큰 병원에 가보기를 권유했다. 당연히 큰 병원 예약을 했고, 그 큰 병원의 예약 날짜를 기다리는 그 사이에 아이는 말이 터졌다. 심지어 지금은 말을 잘하는 것은 물론 국어 과목의 독해력과 이해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도 듣는다.
    “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당신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 “
     목표는 같아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각자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지인 중에 나처럼 서평과 칼럼을 기고하는 분이 있는데, 항상 이야기한다. 자기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도 못했다고. ‘신문 방송학’을 전공한 그녀는 동기들과 열심히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고 결국 동네 보습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을 했다. 지역 방송국 아나운서로 입사한 친구가 진행을 맡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서, 라디오 작가에게 ‘글빨’로 눈에 띄기 시작했고, 소개에 소개를 거듭하여 결국 서평과 칼럼을 쓰게 됐단다. 소위 언론고시를 통해 언론사에 입사한 친구들이 신문‧잡지에 기사를 쓰듯, 소중한 지면의 한 부분이 본인의 글로 채워진다는 사실에 그녀는 매우 기뻐했다.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적으로 이뤄져 있으며 재능은 특히 더 그렇다. 문제는 재능을 평가할 때 ‘평균’에 의존하는 바람에 들쭉날쭉한 재능을 표준화된 점수나 실적 순위 같은 단 하나의 경로로만 판단하려고 오류를 범하고 많은 인재를 놓친다. <교육과 혁신 연구소> 연구소장 이혜정 씨의 말대로, 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을 무시하고 달리기 하나로만 줄 세운다면, 우리는 수많은 김연아와 박태환을 놓치게 될 것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잔디 깎는 것 같은 교육의 현실을 자주 접한다. 잔디 중에 조금이라도 튀어나와 있으면 반듯하게 잔디의 키를 맞추려고 깎아주는 것처럼, 시대는 바뀌었는데 아직도 표준화된 숫자에 자신 혹은 아이들을 맞추려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부터가 되돌아보게 된다. 평균이라는 허상을 벗어나 개개인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제시하는 이 책이야말로, 평균을 넘어서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