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내가 나인 것이 싫을 때’

<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   저자 이두형   |   출판 아몬드 >

글. 양원희

‘창밖으로 하나, 둘씩 불빛이 꺼질 때쯤이면 하늘에 편지를 써...’

요즘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어서 오래간만에 듣게 된 노래, 19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수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다. 여고생 시절,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다. 전도유망하고, 노래 잘 하고, 잘 생긴 가수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다니.. 왜.. 그 이후에도 여러 유명인의 자살 뉴스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책이 반가웠다. ‘우울과 불안이 마음을 두드릴 때 꺼내보는 단단한 위로’라는 글귀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때때로 불안과 강박으로 힘든 나에게 잔잔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돼주었다. 생각으로는 알지만 말로 표현 못 했던 내 감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누군가 꾹꾹 눌러써서 편지로 보내준 느낌이었다.

  • 불편한 단어, 자존감
  •  어느새 ‘자존감’이란 단어가 아이들 성장에서도, 어른들 사회에서도 꼭 있어야 할 키워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내가 나인 것이 싫어질 때가 있다.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내가 얻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반복되는 실패 때문에, 혹은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서까지 살다가 내가 나인게 싫은 순간이 꼭 몇 번은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데 떨어지는 자존감을 부여잡고 ‘나는 괜찮다’고 주문을 외우는게 진정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일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자존감이란 이런저런 이유로 ‘나도 이만하면 괜찮아’라고 애써 납득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스스로를 안아주고 이해해주기가, 사랑하기가 버거운 때가 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 LET IT BE
  •  참 명쾌했다. 저자는 생각이 많고 복잡해질 때, ‘답이 내려지지 않아 불편한 마음’과 친해지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내리기가 힘들 때, 오히려 살아가면서 답을 내릴 수 없는 의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고 한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가짜 감정>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인정하면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삶이 불안하고 내 자신이 미울 때, 그런 불편한 감정들을 부정하고 억지로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내 자신이 버거운 그런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저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 불확실하지만 자연스럽게
  •  이 책은 ‘좋은 나, 긍정적인 나’라는 인위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기를 이야기한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고 확신만이 가득한 편안한 마음상태는 존재하지 않음도 이야기한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하루, 괜찮음을 확인받는 하루가 아니라 그냥 나의 하루를 보내면 사랑도, 인정도, 다가올지 모르는 덤 정도로 생각하자. 나는 괜찮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