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과 특별사면

김·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김태완



금의야행

가석방을 노리며 열심히 교도소 생활을 하는 재필(설경구)의 꿈은 사랑하는 여인 경순(송윤아)과의 결혼이다. 그러나 면회 온 경순으로부터 새로 사귀는 남자가 있고 곧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한편, 같은 교도소의 죄수 무석(차승원)은 빵 하나를 훔쳐 먹고 신원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자 억울함에 탈옥을 시도하다 번번이 잡혀 형량만 늘어난 불쌍한 인생이다. 무석은 우연히 발견한 숟가락으로 6년간 땅굴을 파고 경순의 변심으로 탈옥을 결심 중이던 재필과 함께 교도소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탈옥에 성공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된 사실을 알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시 돌아오면 탈옥은 없던 일로 해 주겠다는 교도과장의 얘기를 듣고 무석은 교도소로 돌아가려 하지만, 재필은 경순을 만나 자신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었음을 알리고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 무석은 어쩔 수 없이 재필과 동행하게 되고 경순을 만난 재필은 결국 경순을 들쳐 업고 교도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2002년 김상진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영화 ‘광복절 특사’의 줄거리이다.

사면이란 형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말한다.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뉘는데, 일반사면은 특정 죄목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을 의미하고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하여 형을 면해주는 것을 말한다. 형벌권의 면제와 관련된 순수한 의미의 ‘사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등 기업에게 부과된 조달상의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조치도 ‘행정사면’이라는 별칭으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2022년 신년 특별사면에서 건설업체 등에게 부과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및 그로 인한 입찰심사 감점 등 부수 조치를 면제해 준 것이 그 예이다. 조달과 사면이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 사면의 역사는 매우 길다. 중국의 사면제도가 정착된 것은 한나라 때였다고 하고, 어느 사서에 의하면 황제가 자리를 잇거나 연호를 바꾸고 황후를 보하며 황태자를 정하는 경우에는 나라의 경사로 여겨 사면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사면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고, 그 시초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삼국시대 이래 고려와 조선에서도 사면을 실시하였다는 것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25년 2월 “유리왕은 친히 시조의 종묘에 제사를 지내고 대사(大赦)하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문무왕 9년에는 삼국통일의 성취를 기념하여 반역을 포함한 모든 죄인에 대해 사면, 복권을 행하고 도적질한 자의 변상책임을 면제하며 집이 가난하여 남의 곡식을 꾸어 먹은 자에 대해 채무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대사령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고려와 조선도 국가나 왕가의 경사, 천재지변 등이 있을 때에는 수시로 사면령을 내려 민심을 어루만지고 나라의 안녕을 꾀하였다. 근대의 사면제도는 1948년에 제정된 제1공화국 헌법에 반영된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고 사면에 대한 비판과 반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형의 선고와 집행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행해지고 특정인의 권력으로도 이를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법치의 기본인데, 이에 대한 유일한 예외가 대통령의 사면이기 때문이다. 굳이 역사상 인물의 발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면제도를 반대하거나 거대한 스캔들로 발전된 경우도 적지 않다.

유대계 금융재벌인 미국의 마크 리치는 검찰에 의해 50여 개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고 스위스로 도피 망명하였으나, 2001년 1월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일 당일 마크 리치에 대한 전격적인 사면 조치를 단행한다. 이에 100만 달러를 민주당 선거 자금으로 불법지원하고 클린턴 기념도서관 건립에 수십만 달러를 기부한 대가로 사면을 얻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마크 리치에 대한 사면의 배후에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다. 미 연방검찰이 클린턴의 사면조치에 특별한 혐의와 불법성을 찾아내지 못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세간의 의혹은 종결되었지만, 클린턴의 유명 스캔들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최근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과정에는 다수 조달업체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입찰참가제한을 받거나 감점 등의 불이익을 맞고 있는 업체, 소송을 통해 해당 규제의 적법 여부를 다투고 있는 업체 모두에게 사면은 긴 다툼과 분쟁을 일소에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사면 공고가 난 이후 규제의 해제 대상에 포함되느냐를 두고 발주기관과 소송 전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종종 목도하게 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특별사면이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자동으로 떨어지는 단감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달 업계의 현실과 구제의 필요성에 대한 많은 설득 노력에 더하여 유관기관의 공감이 사면권자에게 충실히 전해져야 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