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애매한 재능의 특별한 요리 레시피

<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   |   저자 윤상훈   |   출판 와이즈베리 >

글. 양원희

‘직티스트?’

이 책의 저자인 윤상훈을 부르는 말이다. 직장인 아티스트.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공고, 지방 사립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설치미술 작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설치미술 개인전도 열었고, 2020년에는 대만에서도 설치미술 개인전을 진행했다.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에게 이런 활동의 원천을 물으니, 의외로 애매한 관심과 어설픈 재능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책 제목만 보고 애매한 재능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 일종의 자기 무용담 정도로 생각했더니 오산이었다. 철저하게 ‘애매한 재능’에 어떻게 양념을 쳐서 ‘사람들이 궁금해할 재능’으로 요리를 하는지, 계량 가능한 레시피를 소개해 주는 느낌이었다.

  • 애매한 재능이 빛을 보는 N잡러의 시대
  •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일평생 한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퇴직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사법고시 패스를 하는 것보다 무한도전 멤버가 되는 것이 더욱 대단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유튜브와 유튜버’의 열풍 속에 빠져있다.
     이 세 가지를 통찰하는 키워드는 ‘N잡러’다. 나야말로 뛰어난 문장가는 아니지만, ‘글발이 좀 된다’와 ‘좀 웃긴다’는 애매한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자유기고가’가 되었고, 글 쓰는 업을 하다 보니 국어 실력과 세 아들을 육아한 경력을 인정받아 다문화 아이들 ‘한글 강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이들 논술 수업 요청이 들어왔고, 팔자에도 없는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있다. 그야말로 ‘N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 그래서 ‘애매한 재능’이 뭔데?
  •  자랑하거나 내세우기는 애매하지만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조금 더 잘 알려줄 수 있는 것, 꾸준하진 않아도 흥미를 느끼며 즐긴 경험,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떠나 누구보다 먼저 경험한 사건과 상황이다. 다들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상황이 겹치는 교집합이. 그럼 그것이 ‘애매한 재능’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이나 시청 기록, 좋아요를 누른 영상을 데이터화해보자. 이 나열만 봐도 내가 무엇을 자주 접하고 좋아하고 잘 알고 싶어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좋은 요리가 가능하듯, 그렇게 좋은 재료로서의 ‘애매한 재능’을 찾는다.
  • 슬기로운 ‘애매한 재능 활용법’
  •  그럼 그것을 어떻게 ‘특별한 것’으로 요리할 것인가? 일단 저자가 제일 먼저 강조한 것은 <생계 비용>이다. 사회와 회사는 개인의 고용과 노후를 보장하지 않는 대신 ‘워라밸’ 즉 ‘자유 시간’을 보장해 주려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말을 누누이 들으면서 자랐다. 내 ‘애매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일단 매월 받는 월급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도 ‘저는 예술가로 살기 위해 직장인이 됐다’고 말한다.
     그다음 나의 ‘애매한 재능’을 <최초화>한다. 전문화보다는 최초화가 중요하다. 저자의 친구도 토익 900점의 고득점자는 아니지만, 3개월 만에 700점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3개월 만에 토익 700점 만들기’를 콘셉트로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애매함’을 1%의 특별함으로 고쳐 쓰는 비법은 <가장 반대되는 것과 연결하는 것>이다. 2020년, 밀가루를 만드는 한 제분회사의 브랜드로 패딩점퍼와 맥주가 출시되었다. 밀가루와는 관련이 없는 맥주가 밀가루 브랜드와 만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품절대란을 일으킨 것이다. 저자 또한 평범함과 또다른 평범함을 연결해 최초 지식을 만들었다. ‘직장인+아티스트=직티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나의 ‘애매한 재능’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을 조합하여 이것이 최초인가, 낯선 결합인가, 의외성을 줄 수 있는가 여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 내 애매한 재능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법
  •  이렇게 애매한 재능을 최초화하고 매력적인 컨셉으로 구성했다면, 사람들이 즐기고 좋아할 논리와 근거를 더해준다. 뉴욕의 아티스트이자 기업가 ‘저스틴 기그낙’은 쓰레기를 줍고 투명 큐브에 넣어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서 ‘뉴욕쓰레기’라는 작품으로 판매를 했다. 내용물은 스타벅스 컵이나 브로드웨이 티켓, 과자봉지 등이었다. 특히 연말 시기에 타임스 스퀘어에서 주운 쓰레기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주운 쓰레기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다. 관광 상품과 쓰레기를 합쳐 ‘최초화’했고, 여기에 뉴욕이 가진 상징성을 활용해 그것을 구매하고 좋아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든 것이다. 최초화와 프레임 설정을 아주 잘 한 예이다.
  • 대충 하자
  •  애매한 재능을 꽃피우려면 제발 대충 하자. 야구를 할 때 가장 많이 코치들이 하는 말이 ‘힘 빼세요’다. 일을 시작하고 흐지부지 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충한다는 것은 아주 가볍게 시작하고 부담 없이 완성해 나가라는 것이다. 대충 하는 것은 꾸준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눈앞에 있는 기회를 잡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목표는 ‘완벽’이 아니라 ‘완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 때가 곧 올 겁니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주 마윈이 한 말이다. ‘워라밸’과 ‘N잡러’, ‘인공지능’과 ‘로봇’이 키워드인 다가오는 시대, 아니 이미 와있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나의 ‘애매한 재능’을 무기로 만들 것이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