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과제와 성실실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김태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에디슨이 백열등의 필라멘트를 발명하기 위해 2000번 이상의 실패를 겪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당시 같은 연구팀에 있었던 한 조수가 에디슨에게 “필라멘트를 발명하려고 벌써 90가지의 재료로 실험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필라멘트를 발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으니 그만 중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연구의 중단을 호소하였다. 이에 에디슨은 “자네는 왜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필라멘트를 만들 수 없는 재료가 90가지나 된다는 사실을 알아 낸 아주 성공적인 실험을 한 것이네”라고 말하였다. 좌절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하였던 에디슨은 결국 전구를 발명하였고, 이때 그가 말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는 만인에게 회자되는 명언이 되었다.

에디슨의 발명에 관한 일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에디슨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에 몰두해 있었고, 니켈과 철을 조합하는 배터리를 다섯 달 넘게 개발 중에 있었다. 에디슨의 실험실에는 수백 개의 실험용 배터리 조합이 있었고 연구팀은 무려 9,000 가지의 서로 다른 조합을 실험해 보았지만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월터 말로리라는 팀원은 이렇게 많은 실험을 해 보아도 마땅한 성과가 없으므로 이 연구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였다. 에디슨은 웃으며 답을 했다. “실패라니. 나는 수많은 결과를 얻었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수천 가지의 방법을 알아 낸 것이지.” 에디슨이 만든 배터리는 충전시간이 길고 효율이 낮다는 단점 때문에 미완의 발명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에디슨이 만든 니켈-철 배합의 배터리 원리에 현대의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성능을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발명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다만, 에디슨이라는 발명가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 실패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었던 연구 문화와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요행을 바라다 실패한 경우라면 사회의 존중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지만 실패한 경우에 대해서는 보호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였고, 이를 성실실패(Honorable Failure)라고 불렀다. 성실실패는 제도적으로 정착되었고 미국이 1988년 설립된 사업재생관리협회(TMA)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재생 전략을 도와주고 금융 지원 등을 수행한 것이 한 예이다.

국책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창업되는 12만 개 정도의 스타트업 기업 중 창업 5년 후 생존하는 기업의 수가 30%에 불과한 것이 현주소이다. 실패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재기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요구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대한 성실실패 용인제도의 도입

2.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대한 성실실패 용인제도의 도입

“실패하지 않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집단의 지혜를 얻기 위해 실패를 연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1996년 연구 실패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성실실패자에 대한 지원을 위한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창한 하타무라 요타로 동경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2010년 이후 우리나라도 성실실패를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적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2012년 5월 대통령령인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는 “연구개발을 성실하게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 참여 제한 기간을 단축하거나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성실실패 감면 규정을 명시하고, 그 후 2년이 지난 2014년에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구 과학기술기본법에 반영하면서 연구자가 연구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연구 수행의 성실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 참여 제한이나 사업비 환수조치를 면제 또는 감경 받게 된다. 연구개발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의 구축이 중대한 발걸음을 떼게 된 것이다.

위 법령들은 현재 국가연구개발혁신법으로 대체되어 있지만, 연구개발사업의 수행 과정과 결과를 분리하여 결과가 극히 불량하더라도 과정에서의 성실수행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도 ‘연구개발과정의 불성실 수행 여부’와 ‘연구결과의 불량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연구결과가 불량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여 연구개발과정의 불성실 수행이 추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바 있으며, 하급심 법원 역시 연구개발의 결과가 미흡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량적 목표 8개의 항목 중 5개 항목을 달성하였고 효능 검증을 위한 각종 시험 등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는 등 성실 수행이 인정되는 이상 사업 참여 제한 및 사업비 환수처분의 요건인 ‘연구개발의 결과가 극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기업에게 단순히 결과가 정량적 목표에 미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제재를 가하여서는 안되고 사업 수행의 구체적 경과, 사업의 기초가 된 협약의 위반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호가치가 있는 성실실패인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IT 시스템 구축, 환경, 방위사업 등 연구용역에 다수 의존하는 정부 사업 분야의 주무 기관에서도 성실실패 용인의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실패한 두 개의 사업에 대하여 해당 기관이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대신 재발방지를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성실한 실패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차츰 연구용역과 같은 공공조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의 성과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산물이다. 성실에 바탕을 둔 도전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연구 수행의 결과는 서류 속에 묻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