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박소연   |   더퀘스트

글. 양원희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시작된 이 책은 덮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자기 개발서 이상의 감동이랄까. 뭐든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의식의 흐름대로 살다보면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인 현대인으로서, 삶도 생각도 단순화하는 것이 단순불변의 진리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쟤는 왜 저렇게 단순해?
  •  어렸을 때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다. 사고가 깊지 못하고, 복잡한 생각을 싫어한다. ‘단순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라 욕이 되었다. 그게 콤플렉스가 되다보니, 어느 순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꼬아서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남을 배려한답시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사는 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나친 배려는 남도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
  •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다! 선긋기와 거절.
  •  이런 나에게 저자 박소연은 이야기한다. 상대방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대단한 의도를 가지고 얘기하지도 않는다고. 숨겨진 의도를 찾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상대방의 말은 들리는 대로, 행동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면 인간관계가 단순해진다고. 특히 직장생활에서 상사에게조차 자신의 ‘선’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알려주지 않으면 선은 더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깝게 그어진다는 사실. 부담스러운 일도 ‘NO’라고 얘기하면 된다. 거절하는 건 상대방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친절히’ 알려주는 것이다.
  • 두괄식과 촌철살인
  •  내가 제일 대화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상대는 장황하고 돌려 말하는 사람이다.
     말하기도 글쓰기도 특히 회사에서의 보고서는 무조건 두괄식과 촌철살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특히 임원과 경영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신경 써야하는 부담감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업무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니 항상 그들의 뇌는 과부하 상태이다. 그렇기에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남는 건 꽉 찬 스케줄과 피곤한 몸뿐이다.
  • 돈 받고 쓰는 직장의 글쓰기
  •  내가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반성이 많이 되었다. 독자가 듣고 싶은 글을 쓰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 요즘 ‘손주 자랑을 하려면 돈 내고 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듣고 앉아있을 여유가 없다. 하물며 1분 1초가 바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쏟아지는 회사는 오죽하겠는가. 학교의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직장의 글쓰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려주기 위함이다. 내가 쓰는 보고서의 최종소비자가 누군지에 따라 글쓰기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방향을 정했다면 쓰자.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조지프 퓰리처-
  • WHY를 깊이 생각하면 HOW는 저절로 따라온다.
  •  나도 글 한편을 쓸 때, 썼다 지웠다, 소파에 누웠다가 앉았다가, 책을 뚫어지게 봤다가 잠이 들었다가, 아주 ‘쌩쇼’를 해야 한 편의 글이 겨우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무엇(WHAT)을 어떻게(HOW) 쓸 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WHY)와 최종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쓰니 기가 막히게 글이 술술 나온다. 신기하다. 기획의 시작부터 막막하거나 기획의 결과물이 너무 평범하다면 HOW(방법)부터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먼저 그 과제의 진짜 이유를 찾자. 모든 기획은 WHY(왜)부터!
  • BE SIMPLE!
  •  1997년 망하기 직전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생산하는 제품을 350개에서 10개로 줄였다. 단순하게 본질에 집중한 전략으로 그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순해지자. 나도 남도 덜 피곤하면서, 더 효과적인 일터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