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에 대하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김태완



‘태양의 눈물’을 훔치다

1. ‘태양의 눈물’을 훔치다

 술관을 터는데 성공한 도둑 뽀빠이는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의 제안에 따라 네 명의 동료 씹던컴, 예니콜, 잠파노 그리고 지금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펩시와 함께 마카오로 간다. 이렇게 한국 도둑 5명은 마카오 박을 만나 홍콩의 전문 도둑 첸, 앤드류, 줄리, 조니와 합류한다. 이들이 목적하는 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보관되어 있는 300억 달러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이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를 훔쳐 ‘손등의 나비문신을 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홍콩의 장물아비 웨이 홍에게 되팔 생각을 하고 있다. 별명처럼 각자 특별한 기술을 가진 10명의 도둑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꿈꾸지만 서로의 숨겨진 욕심은 다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도둑들’이다.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희대의 귀중품을 터는 도둑이란 소재는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들은 비난이나 혐오의 대상이 아니며, 때로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서 맞닥트리는 도둑이란 그 대상물이 무엇이던 간에 결코 아름다운 존재일 수 없다.

 오늘 이야기는, 기업에게 있어 ‘태양의 눈물’과도 같은 보물을 훔치는 일들, 즉 기술 유출에 대한 이야기이다.

증가하는 기술침해 사고

2. 증가하는 기술침해 사고

 오래 전 세계적으로 90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일당이 적발되었다. 검찰은 S사와 L사의 TV용 AM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이스라엘 광학기기검사 업체 ‘오보텍’의 한국지사 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기업들은 핵심기술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의 경쟁기업들이 국내 산업기술을 빼돌리는 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위 기술들이 모두 해외로 유출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피해액은 연간 50조원 이상의 규모이다. 검찰의 사법처리 건수를 기준으로 한 나라별 순위는 중국(37건), 일본(4건), 미국(4건), 러시아(3건) 순이다.

 국내의 기술유출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자동포장기계를 만드는 인천지역 S사의 대표 A는 동종업체인 R사가 10년간 2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자동포장기계 핵심 기술의 설계도면 등을 R사의 영업과장이었던 B에게 사례금 2000만원을 주고 빼냈다. 이후 A는 비슷한 기계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였고 R사에 28억원 상당의 피해를 주었다. 스크린 인쇄기 제조업체 D사에 다녔던 C 등 3명은 퇴사하면서 영업비밀로 관리하던 인쇄기 설계도면 등 자료 5~6점을 이동식 메모리에 저장해 유출하였다. C 등은 인접한 공단에 업체를 설립하고 유출한 기술로 인쇄기 100여대를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였고 D사에게 8억6000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와 규제

3.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와 규제

 기술유출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고유의 기술력으로 시장을 키워 나가던 기업들은 같은 성능에 더 값싼 제품이 등장하게 되면서 수년에서 수 십년 동안 쌓아 온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나아가, 기업 차원의 피해를 넘어 국가핵심기술이라는 국부의 유출과 국가 경쟁력의 저하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이미 민사 구제와 별도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 2006. 10. 27. 제정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절취·기망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산업기술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술유출에 대한 대응

4. 기술유출에 대한 대응

 기술유출 사고가 빈번해짐에 따라 사전적인 기술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고보안책임자(CSO), 개인정보관리책임자(CPO)제도를 두어 기술유출을 사전에 통제하거나 저장기기에 대한 반출입관리·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기술유출에 대한 나름의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기술유출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 유출 시도의 60%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78%가 보안비용으로 매출액의 1%도 쓰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예방적으로 기술·영업비밀 등 매체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직원과의 고용계약시 비밀유지 서약, 전직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 기술,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문제 발생시 기업이 관련 직원의 메일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고용계약서에 사전동의를 받아두는 것도 기술유출을 억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후적으로는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기술 침해유형에 따라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민사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며, 유출기술을 특정하고 물적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확산을 최소화하는 구제방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임치제도를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임치제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년부터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자료 및 영업비밀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보관해주고 있는 제도이며,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 기업간 기술개발 분쟁시 기술개발 사실입증은 물론 생산단가 및 생산방법, 설계도 등 영업비밀 유출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최근 중소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머리 속에 든 핵심기술의 유출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기술유출의 예방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