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비스 동향


이지혜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선임연구원


*   본 내용은 이지혜 선임연구원(☎ 061-350-1430, tweety@kca.kr)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본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IITP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I. 메타버스의 부상

1. 시장 동향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8월 29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의 자리에서 메타버스를 20번 이상 언급했다. 앞선 인터뷰에서는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타버스”로 향할 것이라는 비전을 내보이기도 했다[1]. 인터뷰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향후 5년 이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메타버스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메타버스에 비전을 두고 있는 기업은 페이스북 뿐만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투자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성창업투자와 CJ ENM은 메타버스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50억 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만들었고,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는 CGㆍVFX 콘텐츠 기업인 위즈윅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롯데정보통신 등 IT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해 인수합병ㆍ투자ㆍ플랫폼 구축 등 다방면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온갖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주창하고 나서다 보니, 메타버스가 정말 미래 먹거리가 된 것 같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에게도 메타버스는 뜨거운 감자일까? 대답은 예스다. 메타버스가 현 시점의 버즈 워드(Buzzword)가 된 데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은 게임 플랫폼의 인기몰이가 큰 역할을 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일본의 게임사 닌텐도의 게임으로, 동물의 숲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2020년 3월 20일에 정식 발매된 후, ‘동숲(모여봐요 동물의 숲)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게임콘솔 닌텐도 스위치가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코로나19 확산의 초기 단계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시절, “마스크보다 구하기 힘든 게임기”, “판매가보다 중고가가 더 비싼 게임기” 등의 수식어가 달렸다.
 로블록스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인기 못지않다. 미국의 16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들 50% 이상이 로블록스를 해봤다고 한다. 미국 어린이들의 “온라인 놀이터”로 불리는 로블록스는 2021년 3월 10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상장 첫날 5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시총 42조 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Z의 제페토 또한, 글로벌 가입자 2억 명 확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 메타버스 정의

 이를 보면 기업들의 메타버스 외침이 소리 없는 메아리는 아닌 셈이다. 분명 메타버스는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메타버스는 무엇인가? 사실 메타버스의 개념이 명확히 협의되지는 않았다. 그건 메타버스 시장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이고, 지금도 시시각각 그 영역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위 게임의 공통점은 아바타를 기반으로 하는 샌드박스형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아바타 기반의 샌드박스형 게임은 있었다. 왜 이들 게임이 메타버스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
 메타버스는 초월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진 않지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정의가 적절한 듯 보여 인용한다[2]. 동 연구소는 메타버스를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사회, 경제, 문화 등이 결합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이다.
 아바타 기반의 샌드박스형 게임인 심즈, 세컨드 라이프 등의 세계는 가상공간이 전부였다. 반면, 로블록스, 동물의 숲에서는 현실 세계의 연예인이 등장하고, 현실의 정치인이 정치 캠페인을 벌이고, 현실의 브랜드인 샤넬이나 구찌 옷을 사 입을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셀카를 찍고, 한강에 가서 라면을 먹을 수도 있다. 현실과 같은 가상이 존재하고, 가상화폐를 벌어, 현실에서 쓸 수도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이 기존의 게임과 구별되는 점이다.
 메타버스가 게임에만 국한되는 플랫폼은 아니다. 최근에는 업무와 교육 등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람들이 호핀, 개더타운 등의 플랫폼에 아바타로 출근하고, 아바타를 통해 대화하고 협업하며 일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인 직방은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인 “메타폴리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업무용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워크룸”의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의 영역을 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데 앞장서고 있는 주된 축 중 하나가 되었다.


3. 메타버스 인기 요인

 8.15 광복절을 기념해 “대한독립을 외쳐라” 행사가 열렸다. 마인크래프트의 가상 공간에서 말이다. 인천시는 마인크래프트에 “인천크래프트 1945 맵”을 만들었다. 인천의 독립운동 장소인 ‘창영초등학교’, ‘답동성당’, ‘황어장터’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냈다. 백범 김구 선생, 심혁성 지사, 김명진 지사 등 독립운동가도 캐릭터로 제작했다. 이용자들은 가상 독립운동 장소를 방문하며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밟고, 퀴즈를 풀면서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많은 일상을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활동과 영역이 이동했다. 현재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사회활동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나아가 사회적 자본을 쌓고, 유지하고 있다. 그 온라인의 통로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다. 인천시의 8.15 광복절 행사가 실제 장소인 ‘창영초등학교’, ‘답동성당’, ‘황어장터’에서 열리면 좋겠지만, 코로나19로 사회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로블록스의 CEO는 2020년 2월에 비해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세졌던 3월의 이용률이 40%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1]. 마인크래프트 또한, 2020년 4월에 신규 가입자가 25% 증가했고 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playing together)하는 이용자도 40%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메타버스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21].
 다음으로, 다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유튜브와 같이 창작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메타버스 내에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고, 아바타의 옷이나 애완견, 특정 동작이나 가방 등 다양한 가상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가상화폐는 현실의 법정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다.
 경제적 유인은 이용자에게만 작용하지 않으며, 사업자의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메타버스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의류, 잡화 등 패션 브랜드의 메타버스 유입이 크다.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를 선보였다. 구찌 빌라에서는 현실에서 판매하는 의상, 신발, 가방 등을 아바타가 착용해보고, 구찌 컬렉션을 살 수도 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도 동물의 숲에서 신상품 패션쇼를 열었다. 나이키는 포트나이트에 에어조던 의상과 신발 등을 선보였다. 메타버스는 패션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패스트푸드점인 KFC, 모빌리티사 현대자동차, 가수 BTSㆍ블랙핑크 등 다양한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도 쓰이고 있다.
 다수의 브랜드가 메타버스로 몰리는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마케팅에 유용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MZ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를 뜻하는 M과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 출생한 Z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세대로, 콘텐츠 생산과 소비, 전파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MZ세대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동물의 숲 등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마인크래프트가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디지털 세계의 문법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 아이들을 “마인크래프트 세대(The Minecraft Generation)”라고 표현했다[3].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테스티’가 3,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1/3이 동물의 숲을 보유하고 있었다[4]. 특히, 2020년 3월에 발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시리즈는 Z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을 정도이다[5]. 이렇게 MZ세대가 메타버스의 주된 이용자로 꼽히다 보니, 각종 브랜드가 메타버스에 모이게 되었고, 이용자들에게 경제적 유인까지 더해지며 하나의 생태계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II.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1. 게임계의 유튜브: 로블록스

<자료> The Economist, Gamers are logging millions of hours a day on Roblox, 2021, 8. 21.

[그림 1] 로블록스 이용 시간 추이

 ‘코로나19 상황이 메타버스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되었다. 로블록스는 2006년 9월에 공식 출시되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0년 7월 한 달간의 로블록스 이용 시간은 약 30억 시간으로 조사되었다[6].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100%가 넘는 성장을 보인 것이다. 로블록스의 이용자 또한,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세지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로블록스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ily Active Users)는 2020년 85% 이상 상승하여 3,260만 명을 기록하였으며, 로블록스 앱 이용 시간도 2배 이상으로 증가하여 306억 시간을 기록했다[20].
 로블록스는 게임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게임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게임 제작 도구도 제공한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게임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코딩을 몰라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이용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주고, 로블록스의 게임엔진과 서버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아이디어와 로블록스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갈 수 있는 이해력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마음대로 만들고, 다른 이용자에게 공유할 수도 있다.

<자료> 로블록스; 더 이코노미스트

[그림 2] 로블록스 이용자 창작 게임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통해 이용자가 만든 게임은 약 5,000만 개에 달한다[7]. 로블록스 자체는 무료이지만, 로블록스의 특정 게임을 하거나 게임 속에서 특정 아이템을 갖기 위해서는 로벅스(Robux)라고 불리는 가상화폐를 지불해야 한다. 로벅스는 로블록스의 가상화폐로, 현실 세계의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다. 실제로 다수의 크리에이터가 로블록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 게임을 제작하거나 가상의 공연장이나 쇼핑몰을 만들 수도 있고, 친구의 생일파티를 개최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가 게임계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튜브와 같이, 로블록스 이용자도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로블록스로 큰 수익을 낸 MZ 세대를 비추는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을 그 증거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로블록스의 이용자이자 크리에이터인 에단 고론스키는 캐릭터의 옷이나 무기 등을 팔아 월 49,0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8]. 또 다른 크리에이터인 호튼 형제도 1년에 약 10만 파운드의 수익을 올려 부모님의 대출금을 갚기도 했다[9]. 로블록스에서 수익을 내는 이용자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적어도 1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이용자는 1,250명으로, 그 중 300명 이상은 1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22].


2. 가상현실 SNS: 제페토

 제페토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2018년 8월 출시한 서비스이다. 2020년 5월부터는 스노우에서 네이버Z가 제페토를 중점으로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네이버Z에 따르면 제페토는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누구나 가슴 속에 꿈꾸어 왔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상 세계 플랫폼”이다. 2021년 3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어섰고 전체 이용자 중 80%는 10대, 90% 이상이 외국인이다[10].
 제페토의 수익 모델은 대표적으로 광고와 아이템 판매가 있다. 특히, 이용자의 대다수가 MZ 세대인 점은 광고 수익에 큰 이점이 되고 있다. 제페토의 구찌 빌라 방문객은 130만 명을 기록했으며,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운동화 아이템은 약 500만 개가 팔렸다. 디올, DNKY, 푸마 등 패션 브랜드뿐 아니다. 현대차는 N시리즈의 시승식을 할 수 있는 드라이빙 존을 만들고, 삼성전자는 삼성 갤럭시 하우스를 개설하여 갤럭시 제품 체험존을 만들었다. 야구단인 두산베어스는 선수들의 라커룸, 실내 연습장, 덕아웃 등을 만들고 제페토 이용자들이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거나,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아이템으로 구매할 수 있게 전시해 놓기도 했다.

<자료> (좌) 머니투데이, 이낙연에 박용진, 원희룡까지...‘제페토’에 캠프여는 대선주자들, 2021. 6. 28.

(우) 조선비즈, 스튜디오드래곤, 제페토에 ‘호텔 델루나’ 아이템 발매... IP사업 ‘디지털’로 확장, 2021. 7. 23.

[그림 3] 정치인, 연예인의 제페토 아바타 구현 예시

 제페토는 연예계의 떠오르는 홍보의 장이기도 하다. 가수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가상 사인회를 열었고,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방송 후 화제가 된 주인공의 모자와 드레스, 신발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사 등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제페토는 2020년 11월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70억 원)와 YG엔터테인먼트(50억 원)에 이어 JYP엔터테인먼트(50억 원) 등에서 총 1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11]. 연예인뿐 아니라, 대선주자 등 정치인들도 제페토에 가상 캠프를 열어 팬들과 사진을 찍고 대선 공약을 홍보하고 있다.
 제페토는 특히 SNS 성향이 강한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을 제페토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같이 아바타를 꾸민다.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에 도전하고, 가상의 동물원이나 학교, 지하철 등에서 친구들과 만나 ‘셀카’를 찍기도 한다. 한강공원에 가서 라면을 먹고, 백화점에 가서 원피스를 입어보고, 공연에 가서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른다. 이 모든 활동이 코로나19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제페토라는 가상 공간에서 구현되고 있다.
 제페토는 여타 SNS처럼 서로 팔로우를 할 수 있고,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으며 피드 서비스도 구현된다. 이 모든 활동이 아바타가 펼치는 것만 제외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아바타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다. 아바타를 잘 꾸미거나 트렌드 센터 역할을 하는 가상공간의 인플루언서인 것이다. 이용자들은 인플루언서와 같이 ‘인증샷’을 남기거나 인플루언서의 스타일링을 따라 하기도 한다. 제페토의 인플루언서는 현실 세계의 인플루언서나 연예인과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페토에서는 Z세대의 ‘드라마’ 놀이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아바타를 이용해 드라마나 예능도 만든다. 제페토 드라마 ‘일진이 착해지는 과정’, ‘어느 날 일진과 단둘이?!’는 유튜브에서 각각 53만, 19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2021년 9월 기준). 이용자가 직접 창작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에서 공동 창작물로 제작하거나 웹소설이나 웹툰, 드라마 등을 패러디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만든 드라마는 유튜브와 같은 SNS에 올려 공유한다.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이 유행하듯, 2020년대에는 제페토 드라마라는 새로운 문법과 장르가 유행하는 듯 보인다.


3. 디지털 레고: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의 게임사 모장 스튜디오가 2009년 출시한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사람은 부자연스러운 이미지에 조금 의아할지 모르지만,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에서는 실사를 옮겨 놓은 듯 현실감 높은 그래픽을 선보인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블록을 쌓은 것처럼 모든 이미지가 각이 져 있으나 고화질 그래픽이 구현되지 않아 인기가 없을 거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보고, 2014년 모장 스튜디오를 약 25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인크래프트 옆에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다. “마인크래프트로 재현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마인크래프트로 재현한 해리포터”, “마인크래프트로 재현한 배틀그라운드” 등에서 보듯 ‘재현’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여느 샌드박스형 게임이 그러하듯 마인크래프트도 자유자재로 게임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내의 모든 것은 블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인크래프트가 디지털 레고로 여겨지는 것도 여기에 있다. 네모난 블록을 쌓아 건축물을 만들고, 아바타를 만든다. 다른 이용자가 만든 맵에 방문할 수도 있고, 맵이나 모드를 다운받아 취향대로 수정할 수도 있다.
 마인크래프트도 이용자가 직접 맵을 만들고, 모드를 변경하고, 게임 속에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맵과 모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다양한 커뮤니티로 이어졌다. 마인크래프트의 수석 개발자 젠스 베르겐스텐은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에서 그들의 성공 배경으로 ‘커뮤니티’를 꼽은 바 있다.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서로가 만든 맵을 공유하거나, 설계 방법을 묻고, 게임에 적용한다. 베르겐스텐은 이런 커뮤니티가 개발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용자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이 끝나지 않는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이용자 커뮤니티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4. 디지털 힐링: 모여봐요 동물의 숲

 트위터는 2020년 3월 한 달간, 게임 관련 트윗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1% 증가했다고 밝혔다. 게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게임은 동물의 숲이었다. 2020년 1월부터 4월 22일까지 동물의 숲 관련 트윗은 약 260만 건으로, 2위인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보다 약 2배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12]. 동물의 숲은 2001년 4월에 출시된 닌테도의 콘솔 전용 게임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은 동물의 숲 시리즈의 5번째 게임으로, ‘동숲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모동숲의 인기는 대단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동물의 숲 앞에서 무너졌다. 모동숲을 하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 대란이 일어났고, 품귀현상으로 중고품에 수십만 원의 웃돈까지 붙었다.

<자료> 닌텐도

[그림 4] 모여봐요 동물의 숲 계절에 따라 바뀌는 맵 예시

 모동숲도 위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형 게임으로, 게임의 뚜렷한 목표가 없다. 이용자는 정원을 가꾸고, 곤충을 채집하고, 동물 친구들을 알아가며 자신의 속도에 맞게 게임을 즐기면 된다. 모동숲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계절이 있고, 계절은 북반구와 남반구에 맞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4월이 되면 북반구에는 벚꽃이 핀다. 이용자는 흩날리는 벚꽃잎을 잠자리채를 이용해 수집하고, 수집한 벚꽃잎으로 벚꽃 벽지나 시계, 미니백, 우산, 분재 등을 만든다.
 모동숲이 ‘힐링’ 게임으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점에 있다. 모동숲은 난도가 높지 않은 게임이다. 숲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과일이나 곤충을 수집하고, 수집한 재료로 다른 물건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근처에 있는 동물들이 알기 쉽게 튜토리얼도 제공하고, 미션을 깨면 박수도 받는다.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숲과 마을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코로나19 상황에서 큰 안식처가 되었다는 평이다.


 


III. 메타버스 미래

1. 메타버스와 기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산업계가 메타버스와의 융합ㆍ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적 결합도 눈에 띈다. 먼저, ‘대체 불가능 토큰(Non Fungible Token: NFT)’ 기술이다. 토큰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에 의해 생성 또는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을 말하는데, ‘대체 가능 토큰(Fungible Token: FT)’은 하나의 토큰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있고 다른 토큰으로 대체도 가능하다[13]. 반면 NFT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블록체인의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한 NFT 기술은 토큰에 디지털 파일을 저장하여 단 한 번만 발행되고, 블록체인에 모든 거래가 기록되어 위조 및 변조를 할 수 없으므로 디지털 파일에 대한 원본성을 인정하며 소유권을 부여한다[14]. NFT 기술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회가 열린 것이다.
 2021년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제목의 NFT 작품이 약 785억 원에 팔렸다. 같은 달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작성한 최초의 트윗은 약 33억 원에 낙찰되었다[15]. NFT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 자산의 결합이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메타버스와 NFT가 서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 창작물이 그 어느 플랫폼보다 많이 생성되는 곳이다. 아바타, 아바타 옷, 아바타의 애완견, 게임, 집, 인테리어, 경작지 등 이용자 창작물이 넘쳐난다. 이러한 이용자 창작물이 NFT 기술과 결합한다면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과 소유권을 부여해줌으로 인해, 수익창출과 재투자 등의 방법이 더욱 다양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감 콘텐츠 분야도 메타버스 플랫폼과 활발히 융ㆍ복합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칭한 페이스북은 사실 가상현실 분야에 일찍이 투자해왔다. 2014년 가상현실 디바이스 오큘러스를 약 23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VR 비트게임즈, 산자루게임즈, 레디엣돈, 다운푸어 인터렉티브 등 VR 관련 게임업체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수년간 VR 기기와 콘텐츠, 플랫폼에 투자해 왔다. 이러한 기업이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대부분의 기업이 실감 콘텐츠를 위한 기술과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실감 콘텐츠가 데칼코마니처럼 일치하지는 않는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대부분 게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게임 플랫폼이라고 정의할 수 없듯이, 실감 콘텐츠가 메타버스라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 뿌리를 같이 할 수 있을 만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래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미래의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만큼,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도 메타버스와 획을 같이 하리라 전망되고 있다.


2. 메타버스의 가치

 하지만 메타버스의 열풍이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의 샛별처럼 떠오른 메타버스가 단순히 버즈워드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브랜드가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광고의 장으로 쓰이다가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말도 들려온다.
 홈 가전이 세탁기, 냉장고, TV를 넘어 슈드레서, 홈브루잉(맥주제조기), AI스피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슈드레서, 홈브루잉, AI스피커가 우리 삶에 그만한 가치를 주는 물건인지, 아니면 기업이 만들어낸 마케팅에 머무르고 끝이 날지는 아직 모른다. 3D TV는 분명 후자에 속했다. 메타버스는 아직 그 경계선에 있다. 로블록스, 모동숲 등처럼 분명 지금까지의 게임과는 다른 맥을 보여주는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만큼, IT기술을 영위하는 기업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만큼의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홈 가전이 빛을 발할 때는 아름다운 모델 옆에서 우아한 조명을 받는 광고 속이 아니다. 가정에 들어와 형광등 밑에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잘 쓰일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기업과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이용자가 없다면 효용성 없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용자를 계속 끌어모으고, 머물게 해 또 하나의 거대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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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승환, 로그인(Log In) 메타버스: 인간×공간×시간의 혁명,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슈리포트, 115, 2021.
[3] The New York Times, The Minecraft Generation, 2016. 4. 17.
[4] 블로터, 日 20대 3명 중 1명 ‘동물의 숲, 보유’…스위치 열기 뜨겁다, 2021. 7. 31.
[5] The New York Times, How Animal Crossing Will Save Gen Z,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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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선비즈, 42조원 가치 ‘<로블록스>’…게임 만들고 친구와 즐겨, 202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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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BC, Laura Heighton-Ginnsm Roblox: ‘We paid off our parents’ mortgage making video games, 2021. 3. 12.
[10] 한국경제, 가상현실 SNS ‘제페토’ 세계 2억명 홀렸다, 2021. 3. 4.
[11] 머니투데이, 제페토 대박난 이유…BTSㆍ블랙핑크 아바타로 만난다, 2020. 10. 17.
[12] 조선일보, ‘동물의 숲’ 트윗도 장악, 2020. 5. 7.
[13] 황제영, 노융두, 홍상원, 박찬익, NFT를 활용한 메신저 서비스 보안 지원 기법, 한국정보과학회,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021, 1445-1447.
[14] 박지원, 김민혜, 지의신, 이병정, NFT 블록체인에서 딥러닝 기반 이미지 모조품 소유권 방지 기법, 한국정보과학회,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021, 1672-1674.
[15] 연합뉴스, 가상자산으로 만든 트위터 CEO 첫 트윗, 경매서 33억원에 팔려, 2021. 3. 23.
[16] 머니투데이, 이낙연에 박용진, 원희룡까지...‘제페토’에 캠프여는 대선주자들, 2021. 6. 28.
[17] 조선비즈, 스튜디오드래곤, 제페토에 ‘호텔 델루나’ 아이템 발매… IP사업 ‘디지털’로 확장, 2021. 7. 23.
[18] “로블록스 홈페이지”, https://www.roblox.com
[19] “닌텐도 홈페이지”, https://www.nintendo.co.kr
[20] Investgame, Roblox Goes Public Trough Direct Listing At $42.6B Market Cap, 2021. 3. 15.
[21] The Verge, Minecraft still incredibly popular as sales top 200 million and 126 million play monthly, 2020. 3. 18.
[22] GamesBeat, Roblox plans to list shares on March 10, reports 82% revenue growth to $923 million for 2020,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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