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알쓸신공...알고보니 쓸모있고 신박한 공부’

공부의 쓸모   |   다산에듀

글. 양원희

오래 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가 이런 말을 했다.

같이 일하는 PD가 자기는 애를 낳으면 ‘방목’을 할 거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단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교육 과열 현상과 부모의 과잉보호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아이를 낳더니 지금은 ‘사육’을 하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데,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울 때 이 말이 가끔 생각이 난다.

나 역시도 ‘공부만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이미 느끼고 있고, 말도 하고 다니지만, 그래도 솔직히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면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멘토라고 하는 오은영 박사도 “공부는 못해도 해야 한다. 공부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공부는 대뇌를 발달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동시에 학생으로서 성실성의 척도이자, 자기 신뢰감과 자기효능감을 얻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공부를, 내 아이로 하여금 어떻게 하게 할 수 있을까? 아마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모두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고민하던 차에 이 책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히면, 신기하게 스스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솔깃했다.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집어든 책, <공부의 쓸모>

  • 공부의 쓸모
  •  “도대체 왜? 쓸모없는 함수나 미적분을 배우는 걸까?”
     내가 학창 시절에 많이 던졌던 질문이고, 지금 나의 아이들이 나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실생활에서는 그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의 사칙연산만 잘 해도 충분한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우문에 저자가 현답을 내놓았다. 공부는 어디까지나 목표가 아니라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입시 공부를 통해 진짜 목표와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니 해치워야 할 공부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보자. 그 후 진정한 앎과 배움의 세계로 나아가자고 저자는 말한다.
  • 게임중독이 터닝포인트라고?
  •  고교 평균 전교 1등, 수능 전 영역 1등급, 5개 영역 종합 1등급, 서울대 의예과 수석 합격! 듣기만 해도 숨이 멎는 저자의 놀라운 스펙이다. 그런데 제일 놀랐던 건, 저자가 초등 졸업 때까지 가장 몰두했던 것은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부모님조차 포기하셨던 ‘게임 중독’이 계기가 되어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게임 앞에서 만큼은 집요했다. 그런 그는 당시 친구들에 비해 한두 단계 성능이 낮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 성능이 안 좋은 컴퓨터로 최대한 게임을 해야하다 보니, 컴퓨터를 능숙하게 잘 다루게 되었다. 어느 순간 ‘컴퓨터 잘하는 애’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녔고, 여기 저기 컴퓨터를 고쳐주러 다니게 됐다. 인생 최초로 ‘자존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게 바로 오은영 박사가 말한 ‘자기 신뢰감’이 아닐까 싶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저자는 컴퓨터를 고쳐 주면서 새로 사귄 친구와 방과 후 수학교실을 듣게 됐다. 그리고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과는 별개로 문제의 정답률은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선생님은 계산은 잘 하진 못하지만, 응용력은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 칭찬을 계기로 수학을 좋아하게 됐고, 다른 과목은 못하더라도 수학만큼은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컴퓨터 잘 하는 애’에서 ‘수학 잘 하는 애’로 통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과목도 잘 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공부에 익숙해져 갔다. ‘수학 잘하는 아이’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 공부에는 왕도도, ‘넘사벽’도 없다.
  •   “열심히만 해라. 과정이 중요하다.”
    내가 가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결과도 중요하다! 결과가 잘 나오길 바라는 속내를 숨기면서, 아이들의 사기 진작과 꾸준함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결국 열심히 하게 해서 결과를 보려는 엄마의 검은 속내가 이 말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렇게 화려한 스펙의 저자도 시험을 망쳐서 이를 갈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저자는 내면의 양심에게 물어봤다.
     “너 진짜 열심히 공부한 거 맞니?”
     결국 열심히 안 했기 때문에 기대 이하의 성과가 나온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진짜로 열심히 하면 성과가 안 나올 수가 없다. 평범했던 자신이 공부를 잘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절대적인 공부량에 있었다고 말한다. 탁월한 머리도, 공부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견뎌낸 엉덩이의 힘이다. 지름길도 왕도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자습 시간만 공부 시간으로 계산했다. 많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수업 받는 것을 공부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은 결국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다. 자습을 하는 것은 수업을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괴로운 과정이다. 스타 강사의 수업은 재미도 있고 진도도 쑥쑥 나가지만, 자습은 힘들고 진도도 느리다. 그렇기에 자습이야말로 진짜 공부인 것이다. 사교육계의 대표주자,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회장조차 이렇게 말했다.  “전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틀림없이 망할 것이다!”
  • 공부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꿀 같은 잠도 너무 자면 머리가 아프다. 재미있는 TV도 너무 보다보면 이것 저것 돌려보다가 지루해서 끄게 된다. 맛있는 음식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은 먹지 못한다. 노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구장창 노는 게 그리 편한 일만은 아니다. 성적이 나쁘면 죄의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 부모님의 걱정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완성도 있는 공부는 놀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그리고 또 하나, 후회로부터의 자유를 준다. 나만 해도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미련과 후회가 있다. 읽다보니 묘하게 지금이라도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진다. 숙제했냐고 공부했냐고 잔소리 하는 대신, 지금 이 책을 자녀에게 권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