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독학의 힘, 나만의 지성, 시대를 앞서다’

< 마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

와다 히데키   |   더퀘스트

글. 양원희

윽, 오늘도 이불킥 각이다.

실컷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들고 돌아오는 길에, 나를 괴롭히는 찜찜한 생각이다. 지인이든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든,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면, 꼭 안 해도 될 말을 하게 된다. 얕은 지식으로 이 말 저 말 한 것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마흔 정도 넘으면 법정 스님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인품의 넉넉함과 대화의 품격, 지식의 깊이는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럴 때 절실해지는 게 ‘공부’다.

  • 온전히 나를 위한 어른의 공부
  •  학창 시절에는 ‘공부’라고 하면 지긋지긋했는데, 마흔이 넘으니 시간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공부’가 하고 싶다. 점수와 등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틈틈이 원하는 만큼 공부하는 독학의 묘미를 아는 나이가 됐다고나 할까?
     <마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의 저자, 와다 히데키는 ‘공부하는 의사’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다.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습관은 양치질과 공부, 두 가지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각종 인문학과 경제, 와인 등 독학으로 섭렵한 것들을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출간했다.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 일도 병행 중이다.
  • 독학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
  •  독학으로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 일도 하다니! 꼭 자격증이나 학위를 위한 공부가 아니더라도, 아니 도리어 그런 공부보다 독학이 지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놀랍다. 요즘은 어떤 분야든, 입문부터 심화까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므로 독학의 길은 마음만 먹으면 활짝 열려있다. 시간도 돈도 제약이 없고 나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의지’에서 자신이 없어지는가? 요즘은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기 주도 학습’이 유행이다. ‘자기 주도 학습’은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하는 학습 방법이다. 이런 공부법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공부’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로 시작한 공부는 오래갈 수 있다.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어른의 공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흥미’ 있는 분야를 내가 ‘선택’하여 나의 ‘의지’로 시작한 만큼, 어른의 공부는 이미 지속 가능한 ‘힘’이 있다. 독자적 시점에서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하다. 미국에서 2011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어른의 공부야말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 모두의 지식보다 나만의 지성
  •  저자는 어른의 공부는 더 재미있고 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흥미로웠던 것은 일을 빨리한다고 해서 결과가 대충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차분하고 꼼꼼해야만 일의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만 해도 마감 기일이 임박할수록 글이 빨리 써지고, 세월아 네월아 책상에 노트북 붙들고 앉아있을 때보다 빨리 쓴 글이 매끄럽고 마음에 든다.
     한 가지 더 흥미로웠던 것은, 책 한 권을 다 정독해야 한다는 식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오히려 그것이 족쇄가 된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독서하려고 하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큰 폭으로 제한되고, 적은 정보만으로 나의 지성이 형성되므로 한 쪽으로 치우칠 수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만 읽기를 추천한다. 독서가 한결 가볍고 친근해질 것이다. 이것도 생각해 보니 격하게 공감이 된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수학의 정석>, 꼼꼼하게 처음부터 공부한다고 도대체 ‘집합’만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차라리 중요한 부분을 먼저 봤더라면 수능 점수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유연하게 쌓아진 지식과 교양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하여 나만의 지성으로 아웃풋을 한다면, 초고령 사회에서도 건강하고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 독학이 가진 무한한 가치
  •  가치를 알았다면! 자, 같이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