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와 지체상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공계약팀 변호사 김태완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1.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페인의 바로셀로나에는 죽은 지 9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찬란한 빛으로 남아있는 건축가가 있다.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다. 가우디는 1852년 까딸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 레우스에서 태어난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집에서 책을 읽거나 사색에 빠지는 일이 많았고 늘 외로워 했던 그의 유일한 친구는 지중해의 자연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지중해를 보며 자란 그는 온화하고 푸른빛을 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고 꽃과 나무 등 자연과 사물의 형태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그의 관찰력은 상상력으로 발전하였고 다시 상상력은 그가 성인이 된 이후 건축한 작품의 세밀함 속에서 표현되었다고 한다. 주물 제조를 업으로 삼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그는 16세에 본격적인 건축 공부를 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간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근대적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었고, 건축가를 꿈꾸는 가우디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실이었다. 그는 스스로 “나의 공간에 대한 감각과 인지 능력이 탁월했던 이유는 솥을 만드는 대장장이의 아들이자 손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고, 도시의 철제 장식과 타일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조합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상상에 있는 자연을 담고자 했다.

 가우디는 자신이 설계한 역작이자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의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지하 묘지에 묻혀 있다. 1926년 6월 전차에 치여 74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가우디는 무려 44년간을 성당 공사에 매달렸고 특히 말년 15년간은 신의 성전을 위한 헌신으로 성당 공사에만 매진했다. 그러나 가우디는 성당 동측 파사드 부분만을 완료하였고 전체 공사가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가우디 사후 1935년 스페인 내전으로 미완성 건물 일부와 성당 모형이 부서지면서 건축이 중단되었다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다시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거치기도 한다. 결국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정신을 바탕으로 후대 건축가들에 의해 복원되고 재해석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완성의 건축물로서 남아 있다.

 언젠가 한 기자가 가우디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라고. 가우디는 창 밖의 풍경을 가리키며 말한다. “내 스승은 바로 저기 있습니다.” 1

1) 매일경제 한미글로벌 공동기획, 신이 머물 공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중 발췌

행정처분의 집행정지

2. 계약에 있어 하자와 미완성은 다르다

 어떤 계약이행의 결과가 미완성인지 하자인지는 매우 중요한 차이를 갖는다. 계약이행이 미완성된 것으로 보는 경우 납기를 지나 완성이 되면 지체책임의 문제로 정리되고, 끝내 완성이 되지 않을 때에는 계약불이행으로 보아 부정당업자 제재까지 부과될 수 있다. 반면에 하자로 보는 경우에는 일단 계약은 완성되고 다만 그것이 불완전하여 보수를 하면 족한 것으로 정리된다. 예를 들어 건물신축 공사에 있어 미완성과 하자를 구별하는 기준은,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어 예정된 공정을 종료하지 못한 경우에는 공사가 미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종료하고 그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건물로서 완성되고 다만 일부분 불완전하여 보수를 하여야 할 경우에는 건축물에 하자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은 위와 같은 미완성과 하자의 구별은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32986 판결 등).

 A는 발주기관 B와 제조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수 차에 걸쳐 계약목적물을 B에게 납품하였다. 그러던 중 납품을 앞둔 제품의 세부부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고 원인은 공정 중 과실로 일부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B는 이미 기관에 공급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납품 중단 조치를 취하였다. 그 결과 발생한 납기 지체는 A의 책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하여 지체상금을 부과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제품의 구조적인 결함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불량이나 과실인 경우에는 목적물의 미완성이 아니라 하자라고 보는 것이 맞으며, A가 납품하려던 계약 목적물이 당초 예정된 공정을 모두 종료하고 주요 구조부분도 약정된 대로 제작되어 사회통념상 계약이행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이 아닌 하자보수규정에 따라 해결하면 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법원은 발주자의 입장에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품질관리를 강화하려는 지시나 요구가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납품중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하자 원인에 비해 합리성이나 필요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17. 7. 21. 선고 2017나2009655 판결). 법원은 B가 부과한 지체상금 전부를 부정하였다.

 계약이행의 과정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발주자는 그에 상응하여 시정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발주자가 취하는 조치는 합리성과 필요성을 갖춘 수준이어야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법원은 계약이행 중에 발생한 결함이 모두 계약의 미완성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성급히 행한 납품중단이 역으로 발주자의 과실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우디의 미완성은 완성보다 더한 가치로 평가된다. 계약의 미완성을 가우디의 건축물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 완성으로 보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